1회성 관심이라도 고맙지 않은가
1회성 관심이라도 고맙지 않은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2.23 10:44
  • 호수 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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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준비해 왔던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준비 과정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 부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의 아름다운 투혼, 여자 컬링팀의 선전, 쇼트트랙팀의 부활 등 감동적인 이야기 역시 오래도록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회 막판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선수들의 갈등은 오점으로 남았다. 팀추월은 세 선수가 일렬로 달리다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재는 종목이다. 아무리 선두주자가 빨리 골인하더라도 마지막 주자가 전체기록에서 꼴찌를 기록한다면 팀의 최종기록도 최하위로 마무리된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밀고 끌고 달려야 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여자팀은 그러지 못했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선수 간 불화와 팀워크 부재가 더 부각돼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옹호하던 한 선수도 뭇매를 맞았다. 해당 선수는 자신의 SNS에 평소에 무관심하다가 올림픽 때만 관심을 가지면서 너무 가혹하게 비판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결국 글을 삭제하고 사과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의식은 실망스럽다.

국민들이 4년에 한 번 관심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일인가. 결과가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지만 4년마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국민들도 각자의 삶이 있는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쫓아야 하는가. 너무 순진하고 아이 같은 발상이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4년에 한 번이라도 관심 가져주는 걸 고마워하라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걸 항상 고마워하라고. 국민들 대다수는 평생 노력하고 살아도 당신들 같은 관심을 단 한 번도 받기 힘들다고.

해당글을 올린 선수에게 묻고 싶다. 수영 종목의 조기성과 이인국 선수를 아느냐고. 아마 모를 것이다. 두 선수는 2016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해 한국을 대표해 당당히 금메달을 땄다. 패럴림픽 금메달과 올림픽 금메달은 공식적으로 동급이다. 각각 10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천지 차이다.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해 총 6개의 금메달과 9개의 은메달, 15개의 동메달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선수들이야 말로 관심을 논해야 한다. 

3월 9일부터 18일까지 평창올림픽이 열린 장소에서 평창패럴림픽이 개최된다. 매번 패럴림픽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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