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받으려면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받으려면
  •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 승인 2018.03.02 09:28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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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희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51]

우리는 병원이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병원이 우리의 기대만큼 안전할까? 미국 의학학술원의 보고서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안전한 건강 케어 시스템 갖추기’에 따르면 미국의 병원에서 의료 오류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4만8000명에서 9만8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한 해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으며, 매일 약 200여 명이 사망하는 것과 같은 숫자다. 

미국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한 논문에 따르면 전체 입원 환자 중 약 10% 정도의 환자가 의료행위로 인한 크고 작은 손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예방 가능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우리나라의 조사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았을 때, 국내 병원에서도 연간 약 4만 명의 환자들이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병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리 안전하지 못하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애초부터 위험한 과정이 많고 대부분의 일들이 촌각을 다툰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하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내과와 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진료에 관여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환자들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진료과정을 표준화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의료분쟁의 발생 가능성 때문에 진료과정상의 문제점을 공개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의료 외적인 외부 환경 요인까지 작용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투약 오류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과중한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안정적인 장치와 함께 의료 오류에 대한 보고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고된 사건들의 근본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동일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개선활동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진료과정 체크리스트 도입, 수술 부위 표시 시행 등이 있다. 

의료사고가 단순히 의료진의 개인적인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 해도 안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실수할 수 있다. 보다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병원,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 상황에서 안전하게 진료받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까?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있다. 미국 정부의 의료정책 연구기관인 보건의료연구소(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에서는 안전하게 진료받기 위해 환자 및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진료를 받을 때는 언제나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을 의사에게 알리십시오 △이전에 겪은 약물 알레르기 및 부작용 모두를 의사에게 알리십시오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들을 적어달라고 하십시오 △퇴원할 때, 의사들에게 퇴원 후 집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십시오 △수술을 받는다면, 의사에게 어떠한 부위의 수술을 받게 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듣고 동의를 하십시오 △검사를 받은 경우에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꼭 결과를 확인하십시오 등이다. 

우리나라 정부나 의료전문가 단체도 이와 같은 환자용 지침서의 발간 등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받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도 자신이 받는 진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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