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 최신 트렌드… “스스로 죽음 준비하겠다”
장례문화 최신 트렌드… “스스로 죽음 준비하겠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02 13:40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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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장례문화 변화의 바람
장례문화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제3회 서울 상조‧장례문화 박람회’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일간 세텍(SETEC)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이 홍보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장례문화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제3회 서울 상조‧장례문화 박람회’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일간 세텍(SETEC)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이 홍보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서울서 가까운 공원묘지 인기… 유골로 만든 보석 등 새 장례문화 눈길 

장례식장 첨단기술 도입 늘어… 상조 회사, 여행‧가전제품 결합 상품 출시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여기 공원묘지 위치가 어디요? 미리 예약할 수 있소?”

박규남(80·가명) 어르신은 2월 23일 세텍(SETEC)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 상조‧장례문화 박람회’의 한 공원묘지 홍보부스 앞을 서성이다 관계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자신과 아내의 묏자리를 찾는다는 박 어르신은 묘지의 규모와 설립자, 가격 등을 자세히 물었다.

박 어르신과 같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후손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마음에, 자신의 죽음 이후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해놓고 떠나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상조‧장례문화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 대다수는 어르신이었다. 어르신들은 묏자리는 물론이고 유골 다이아몬드와 같은 새로운 장례 문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장례문화에도 유행이 있는데 매장·화장·수목장 등 다양해지는 장례 방법, 제사와 같은 전통적 추모 방식의 축소, 부족한 묏자리 등이 장례문화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 장례문화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지 박람회를 찾아 알아봤다.

◇서울에서 가까운 공원묘지 부스 인기… 유골 다이아몬드로 고인 추억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 중 하나는 공원묘지였다.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공원묘지 부스에 사람들의 발길이 멈췄다. 서울에 사는 최형기(55·가명) 씨는 “연세가 많은 부모님이 최근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는데 매장묘를 원하셔서 한 번 알아보려고 박람회를 찾아왔다”며 “나중에 찾아뵙기 쉽게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선산이 아닌 공원묘지에 묏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묘와 벌초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매장묘를 원하는 이들이 많지만 공원묘지의 매장묘는 전국적으로 거의 포화상태에 있다. 서울, 부산 등 도시에서 가까운 공원묘지의 경우 납골묘 자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충주시에 위치한 메모리얼파크 관계자는 “곧 만장이 된다”며 “올해 완공을 목표로 봉안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봉안담은 담장 모양으로 외부에 설치된 봉안당(납골당)을 말하며,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매장묘‧납골묘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부족한 시설과 유지 관리의 용이성 등의 이유로 최근에는 매장보다 화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화장률은 82.7%로 지난 1994년 화장률(20.5%)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다. 장례 방법에 대한 인식 자체도 변하고 있다. 통계청 2017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장례방법으로 봉안당, 납골묘 등 ‘화장 후 안장’이 44.2%로 가장 많고 수목장·잔디장 등 ‘화장 후 자연장’(43.6%)과 묘지 등 ‘매장’(10.9%)이 뒤를 잇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특별한 장례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장례방법도 눈길을 끌었다. 유골을 인공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알고르단자의 ‘메모리얼 다이아몬드’가 그것이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화장된 유골에서 특수 공정으로 탄소를 추출한 후 수개월간 전문가의 손길이 가해져 탄생한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제작 기간은 4~8개월 정도이며, 가격은 세공여부와 크기에 따라 다르다. 0.30캐럿 다이아몬드 원석의 경우 약 460만원이다.

전영태 알고르단자코리아 대표는 “며칠 전에는 70대 어르신이 합장해 모신 부모의 유골로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추가로 본인 것도 미리 신청했다”며 “영원할 수 있는 유골 다이아몬드는 봉안당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온 첨단 기술… YOURLIFE 등 상조 회사, 결합상품 내놔 

장례식장의 스마트한 변화도 눈에 띄었다. 상주와 장례식장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모바일 부고장’, 도난을 방지하고 상주에게 부의금 봉투 현황을 알려주는 ‘스마트 부의함’, 종이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메모 또는 사진을 남기는 ‘전자 방명록’ 등이 장례식장에 점차 도입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바일 부고장을 보고 찾아온 조문객이 도난방지용 부의함에 부조를 하고 전자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는 일이 낯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 축하 영상과 비슷하게 추모 영상 서비스도 장례식장 VIP실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사진 또는 영상이 계속 나오면 상주도 조문객에게 이야깃거리가 있고 조문객들도 고인을 추억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대비책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상조서비스다. 상조서비스는 장례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받고 장례를 치르는 기간 동안 전문 인력을 통해 예법의 주관부터 각종 행정절차를 지원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장례비용을 미리 분할 납부해 갑작스런 장례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어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9월 현재 상조 업체는 168개이고,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5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상조서비스 상품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에 기본적인 장례 부분만 서비스를 했다면 여행 상품이나 가전제품 제공 등과 연계한 결합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상조 서비스지만 생전에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8년 고객감동경영대상 상조 서비스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한노인회 복지사업단 유어라이프(YOURLIFE)의 경우 크루즈 여행 특화 상품, 가전제품 추가 상품, 안마의자 결합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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