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 ‘조들호’ 등 시즌2로 돌아오다
‘추리의 여왕’, ‘조들호’ 등 시즌2로 돌아오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02 13:48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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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방송‧드라마 전성시대 오나
선진 방송시스템이라 평가받는 시즌제 제작 방식이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방송 제작에도 속속 활용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2월 28일 두 번째 시즌 방영을 시작한 '추리의 여왕'(왼쪽)과 시즌제 제작이 유력한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한 장면.
선진 방송시스템이라 평가받는 시즌제 제작 방식이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방송 제작에도 속속 활용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2월 28일 두 번째 시즌 방영을 시작한 '추리의 여왕'(왼쪽)과 시즌제 제작이 유력한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한 장면.

시즌제, 주연 안 바꾸고 후속편 제작 방식… KBS, 지상파로 첫 시도

SBS도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준비… MBC는 예능방송 시즌제화

[백세시대=배송호기자]

지난해 4월 방영된 권상우, 최강희 주연의 KBS ‘추리의 여왕’은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무수히 많은 열성팬을 만들었다. 

종영 이후에도 팬들은 끊임없이 후속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방송사는 이에 응답했다. 종영된 지 1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것이다. 2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전편에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 인기 드라마의 후속편을 제작하는 일명 ‘시즌제’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며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예능국이 시즌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기존 편성 체계를 유지하고 있던 드라마국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포문을 연 건 KBS다. ‘추리의 여왕 시즌2’는 기존 출연진과 작가가 고스란히 합류한 지상파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다. 시즌1의 주인공이었던 권상우, 최강희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시즌제’는 특정 회차를 지속하다 휴식기를 거쳐 재정비한 뒤 다시 방송하는 편성방식을 일컫는다. 주로 미국 드라마에서 ‘시즌’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드라마의 기조와 주인공 캐릭터는 살리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출연자 및 설정을 바꾸며 방송하곤 한다.

방송 종영 후 일정기간 쉬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제작진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을 줘 보다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또 대부분의 회차를 사전에 제작함으로써 강도 높은 노동력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방송 제작 시스템도 개선할 수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미국 드라마 ‘CSI’는 2000년에 시작해 2016년 시즌15로 종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첫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최근 시즌16까지 방송되면서 사랑받았고 tvN ‘식샤를 합시다’, OCN ‘신의 퀴즈’ 등이 시즌제를 이어갔다. 

지상파에서도 성공한 드라마가 후속편으로 제작된 경우가 있었다. 다만 시즌제라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2015년 방송돼 15%가 넘는 시청률을 거둔 SBS ‘미세스캅’이 이듬해 시즌2로 거듭났으나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 김희애의 역할이 김성령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성공한 드라마가 시즌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출연 배우들의 합류가 필수다. 대중이 출연 배우의 이미지를 투영해 드라마를 기억하기 때문에 출연진의 면면이 달라지면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추리의 여왕’은 진정한 의미의 지상파 첫 시즌제 드라마라 불러도 무방하다. 

2016년 방송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역시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신양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역시 2016년 방송돼 배우 한석규에게 그 해 연말 연기대상을 안긴 SBS ‘낭만닥터 김사부’도 두 번째 시즌을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 중이다.

예능방송은 좀 더 적극적이다. 역시 케이블이 선봉에 섰다.  tvN ‘삼시세끼’, ‘윤식당’ 등 나영석 사단이 연출하는 프로그램들과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제작돼 호평을 얻었다. 

다만 지상파 채널 예능 프로그램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시즌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중이지만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광고수입을 보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MBC는 지난해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를 선언하면서 광고수익이 반토막나기도 했는데 이는 ‘무한도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복면가왕’, ‘1박2일’, ‘런닝맨’ 등 지상파 3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이들의 광고수입이 높아지면서 방송사 경영진 역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 어려워졌다. 제작비 상승 및 시청률 하락으로 드라마 수익이 예년보다 낮아진 현상도 한몫했다.  

이러한 가운데 MBC가 공개적으로 시즌제 도입을 선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MBC 최승호 사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봄 개편(3월)부터 예능프로그램을 시즌제로 하겠다”라며 “예능 프로그램 시즌제는 새 프로그램 뿐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도 포함한다”라고 밝힌 것이다.

명백한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수장이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MBC 예능방송의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이에 뒤지지 않고 KBS 역시 개그맨 김생민을 인기 스타로 만든 ‘김생민의 영수증’을 시즌제로 제작한다고 밝혀 그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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