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감기로 오인 쉬워… 폐렴구균 예방접종해야
노인들 감기로 오인 쉬워… 폐렴구균 예방접종해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02 14:12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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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의 증상과 치료법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65세 이상은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23가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사진은 어르신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65세 이상은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23가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사진은 어르신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면역력 약한 노인에게 치명적… 입맛 없고 식은땀 흘리면 폐렴 의심

65세 이상 ‘23가 백신’ 무료… 감염학회는 ‘13가 백신’ 추가 접종 권고

[백세시대=이영주기자]

김 모(71) 어르신은 최근 오한이 들고, 온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몸살감기라고 생각했던 김 어르신은 집에 있던 진통제를 먹고 휴식을 취했지만 몸이 더 안 좋아져 병원을 찾았다가 폐렴이란 진단을 받고, 일주일 넘게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에 인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폐의 염증 질환을 말한다. 폐렴은 흔한 질환으로, 폐렴의 주요 원인균인 폐렴구균은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니며 사람의 코와 목에도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렴에 걸리면 기침‧가래‧호흡곤란 등 폐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폐 증상과 구역‧구토‧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 두통‧피로감‧근육통‧관절통 등의 신체 전반에 걸친 전신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폐렴에 걸렸을 때 젊은 사람들과 다른 증상을 보여 헷갈릴 수 있다. 김 어르신과 같이 단순 몸살감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폐렴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 치료될 수 있으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에겐 치명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폐렴은 2006년 국내 사망원인 10위에서 꾸준히 순위가 상승해 2016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층에서 폐렴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데,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의 증상

폐렴의 초기 증세는 기침, 고열, 몸살 등으로 감기와 매우 비슷해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래를 동반한 기침, 숨을 쉴 때 가슴 통증, 호흡곤란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의 경우 전형적인 폐렴 증상들이 급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발병이 서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거나 열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젊은 사람에 비해 증상의 호소가 심하지 않은 경향이 있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노인은 특별한 증상 없이 입맛이 떨어진다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린다거나 기운 없이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인다면 폐렴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 그런 것이라 오인할 가능성이 커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폐렴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을 검토하고 진찰 소견, 임상적인 경과 관찰, 가슴 엑스레이 사진 촬영, 피검사 등을 한다. 허진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질환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콩팥, 간 등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기침이나 열이 나는 증상만으로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의 치료

폐렴은 감염성 질병이므로 원인균을 박멸하는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가 진행된다. 그러나 기침, 객담,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동반된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폐렴이 완치되기까지 증상 완화를 위해 진해제, 거담제, 기관지확장제 등을 같이 투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통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항생제는 7~10일 투여하지만 원인 미생물, 환자 상태, 항생제의 종류, 치료에 대한 반응, 동반 질환 및 폐렴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투여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외래에서 치료하며, 호흡곤란 등 증상이 심한 경우는 입원해서 치료한다. 천명(숨 쉴때 쌕쌕거림)이 동반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경우 기관지확장제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고, 전염성인 경우 활동성 결핵이 치료될 때까지 격리가 필요하다. 

내성균이나 중복감염에 의한 폐렴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성 폐 손상으로 진행하면서 호흡부전을 유발해 인공호흡기 같은 중환자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폐렴의 예방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고 얼굴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게 좋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렴 발생 확률이 높으므로 금연은 필수다. 평소 면역을 강화하기 위해 골고루 먹고 기초체력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폐렴의 예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폐렴구균 백신을 통해 폐렴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 백신에는 크게 ‘23가 다당백신’과 ‘13가 단백접합백신’ 두 가지가 있으며, 두 백신은 예방하는 폐렴구균 혈청형 종류 등에 차이가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23가 백신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며, 13가 백신을 병‧의원에서 맞으려면 10만~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예전에는 두 백신 중 하나를 선택해 예방접종하는 것을 권했으나, 최근에는 두 백신 모두 접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대한감염학회는 2014년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을 통해 65세 이상 성인, 18세 이상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에게 폐렴구균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에 접종이력이 없는 경우 ‘13가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추후 ‘23가 백신’도 접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허 교수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면역능력이 있는 경우 ‘13가 백신’ 투여 6~12개월 후 ‘23가 백신’을 투여하고, 면역결핍 상태인 경우 ‘13가 백신’ 투여 8주 후 ‘23가 백신’을 투여한다. 만약 ‘23가 백신’을 이미 투여 받았다면 1년 후 ‘13가 백신’을 투여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비교적 안전한 처방으로 예방접종 후 개인에 따라 발열, 근육통, 무력감,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1~2일 내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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