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겨냥한 ‘실버푸드’가 뜬다
고령사회 겨냥한 ‘실버푸드’가 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09 10:33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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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힘이 약해진 노인들을 위한 식품인 실버푸드 시장이 해를 거듭할 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조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실버푸드 시장은 2020년 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식품업체의 영양사가 어르신들에게 자사 실버푸드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힘이 약해진 노인들을 위한 식품인 실버푸드 시장이 해를 거듭할 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조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실버푸드 시장은 2020년 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식품업체의 영양사가 어르신들에게 자사 실버푸드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치아 약한 노인들도 씹을 수 있는 갈비, 뼈째 먹는 생선 등

식품업계 연화식 개발 경쟁… 목넘김이 좋은 물 나와

지난해 1조1000억원 시장… 2020년 16조원대 성장

[백세시대=배성호기자]경기 연천군에 사는 이명순(85) 어르신은 몇 해 전부터 갈비 먹는 것을 포기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음식을 씹는 게 힘들어지면서 질긴 음식을 꺼리게 된 것이다. 이런 이 어르신이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원 없이 갈비를 뜯었다. 한 식품회사에서 고령자를 위해 개발한 연화식 갈비찜을 선물 받아 모처럼 좋아하는 갈비를 섭취할 수 있었던 것. 이 어르신은 “연화식 갈비찜은 식감을 즐기면서도 씹기 편해서 좋았다”면서 “노인을 위한 음식이 많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령친화식품으로 불리는 ‘실버푸드’가 뜨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 여러 급식업체와 식품업체 등이 뛰어들면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버푸드’란 씹는 능력과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인의 기호에 맞게 개발된 식품을 말한다. 또  골다공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을 위한 고칼슘·저염식·저당식 건강기능성식품도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실버푸드 시장의 국내 규모는 2015년 기준 7903억원으로 5년 동안 54.8% 늘었다. 지난해엔 1조1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상효 박사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도 급속한 고령화와 건강 및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편입 등으로 2조2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노인으로 편입되는 2020년에는 1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실버푸드는 특수한 기술을 가해 일상에서 흔히 먹는 음식을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든 연화식(軟化食)이다. 수월하게 먹게 하되 음식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기존 가루나 액상 형태의 ‘환자식’과 구별된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10월 연화식 전문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국내에선 최초로 전문 제조시설을 갖추고 부드러운 스테이크 생산 등 기술 2종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또 고등어 등 8종류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병원 환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급식업체인 아워홈도 고령자를 위한 부드러운 고기와 떡을 출시하며 고령친화식품 기업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치아와 소화기능이 약해진 고령층이 편하게 먹고 싶어 하는 고기와 떡에 효소를 침투시켜 연한 정도를 조절했는데 연근이나 우엉조림, 브로콜리 같은 딱딱한 채소까지 범위를 넓혀 올해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식품업체에서도 흐름에 맞춰 미네랄 충전을 돕는 생수와 비타민‧오메가-3 등을 더한 건강식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출범하며 영유아를 넘어 노인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나섰다. 사코페니아는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뜻하는데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난다. 매일유업은 고령층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이 증상을 딴 이름의 연구소를 만들어 성장성이 큰 시니어 사업쪽으로 돌리겠다는 포석을 깔았다. 이를 통해 혈류를 개선해주는 오메가-3와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첨가된 치즈를 선보이며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석수는 경도가 높은 경수(센물)를 선보이고 있다. 물의 경도가 75∼150㎎/L이면 경수로 구분된다. 경수는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고 목 넘김이 좋아 매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부터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지난 3년 간 운영해오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국공립 시설, 중소요양원, 개인요양원 등 고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 전략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는 우선 음식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나 환자를 위해 ‘무스식’을 제공할 방침이다. 무스식은 식재료를 잘게 갈거나 다져 만든 음식으로, 혀나 잇몸으로 으깰 수 있는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또 미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용곤충(갈색거저리:고소애로 부름)를 활용한 치료식도 확대할 예정이다. 고소애는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단백질의 밀도를 높일 수 있고 식욕이 없어 식사 섭취량 자체가 적은 암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미 일본에서 자리잡은 고령자를 위한 식사 배달서비스도 주목받는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사랑과선행과 동아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이 선점에 나섰다. 사랑과선행은 100여개 요리법을 개발해 ‘보통식’ ‘건강플러스식’ ‘영양죽식’을 중식과 석식으로 제공하는 ‘시니어 식사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아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도 실버매생이계란찜과 실버고등어톳조림, 실버매생이계란말이, 실버해조류두부떡갈비 등 해산물을 기반으로 한 실버푸드 맞춤형 도시락을 개발해 서비스에 나선다. 

링크플러스 사업단 관계자는 “고령자에게 특히 부족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고 소화력이 우수하다는 게 실버푸드 도시락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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