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스터디클럽 ‘아름다운 인생학교’, “선생이면서 학생이기도 한 쌍방향 수업이 매력”
시니어 스터디클럽 ‘아름다운 인생학교’, “선생이면서 학생이기도 한 쌍방향 수업이 매력”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09 10:38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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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시니어 스터디 클럽 ‘아름다운 인생학교’가 AK플라자 분당점에 개설됐다. 사진은 영화인문학 강좌 전경.
3월 5일 시니어 스터디 클럽 ‘아름다운 인생학교’가 AK플라자 분당점에 개설됐다. 사진은 영화인문학 강좌 전경.

성남의 작은 공부모임서 출발… AK플라자 분당점 문화센터에 입성

활발한 토론에 90분 수업도 짧아… 지식 익혀 요양병원‧경로당 봉사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아는 만큼 욕심 없이 가르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운다.”

양병선(66) 씨는 3월 5일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열린 시니어 스터디클럽 ‘아름다운 인생학교’에 참여해 행복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인생학교는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개인의 자아실현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평생 학습공동체 모임이다. 

보통의 강좌들이 강사가 주도하는 일방향 강의 방식인 것과 달리,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강사가 되기도 하고 학생이 되기도 하는 쌍방향 공부 방식이 인생학교 수업의 특징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강의에 나설 때도 있지만, 취미로 배운 지식을 공유하는 경우가 더 많다. 클래식 기타 등 악기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거나, 영어를 잘해 팝송을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산약초 정보를 공유한다거나, 은퇴 후 배운 영화 지식으로 영화촬영 방법과 영화인문학을 강의하는 식이다. 

이번 학기(3개월) 과정은 심리학, 서양미술사, 독서포럼, 일어 초‧중급, SNS소통하기, 부자학, 명상, 한방생활의학, 요들 등 19개 강좌로 구성돼 있으며, 가입비 4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이 중 3개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단기 특별 강좌는 제한 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강사(코디네이터)로 나서면 더 많은 강좌에 참여가 가능하다. 양 씨의 경우 영화인문학, 아이리스휘슬, 스마트폰으로 90초영화 만들기 등 3개 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심리학 등 2개의 강의를 듣고 있다.

◇첫 수업부터 활발한 토론 이어져… 누구나 할 수 있어

이날 영화인문학 첫 수업에서는 ‘불통즉통-할머니의 소통대작전’이라는 18분짜리 단편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는 강사로 나선 양병선 씨의 작품으로 2015년 시니어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감상 후 이어진 발언 시간에는 배우 섭외 이야기부터 경제적 측면, 시나리오, 편집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한 참석자는 영화 제작 비용을 물었다. 양 씨는 “60만원이 들었다”며 “대부분 배우 출연료로 지출됐고 촬영 스탭은 모두 무보수로 참여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누군가 “편집 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얼마나 소요됐나?”고 질문하니 양 씨는 “편집은 금방 끝났다”며 실력 있는 영화감독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 “좀 더 극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서로를 배려하며 의견을 나눴지만 개개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90분 수업시간은 부족해 보였다. 수업은 강사가 다음 시간 영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났으며, 숙제는 따로 없었다. 이날 수업을 들은 참석자들은 SNS소통하기 강사, 기타 강사, 팝송 강사 등이기도 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참석자는 이명자(72) 어르신이었다. 블로그 모임을 통해 인생학교를 알게 된 이 어르신은 이번 학기에 미술치료 강사로 나선다고 했다. 

아름다운 인생학교는 2013년 백만기(66) 교장에 의해 시작됐다. 백 교장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영국의 평생교육기구 U3A(University of The 3rd Age, 제3인생대학)의 철학에 반해 학교를 개설했다. 처음에는 지인들과 시작한 성남시의 작은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해외 교포들까지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올 만큼 확대되는 양상이다.

백 교장은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하나 이상의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모여서 평생 학습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센터 내 인생학교 개설은 처음… 경로당 자원봉사 나서기도

지역 커뮤니티로 운영되던 인생학교가 백화점 문화센터에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K플라자는 문화센터에 50대 이상 회원들이 급증하자 사회공헌차원에서 인생학교를 열었다. AK플라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AK문화아카데미 회원 중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분당점의 경우 회원의 40%가 40대 이상이다. 

분당점 관계자는 “문화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시니어 등록자 비율이 높다”며 “기존에 문화센터를 이용했던 회원들이 나이가 들어 꾸준히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유입되는 시니어 회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생학교 기존 회원들 입장에선 장소만 달라진 셈이지만, 모임이 전파돼 보다 많은 시니어들이 평생학습공동체를 알고 실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문화센터 내 개설을 환영했다. 기존 회원인 최광표(66) 씨는 “기업이 나서서 학습공동체의 장을 제공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인생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소망했다.

인생학교 활동은 지역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배운 지식으로 요양병원이나 경로당에 자원봉사를 나서기도 하는 것이다. 

양병선 씨는 “여기는 학습자로서만이 아니고 학습공동체로 공감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지혜의 사랑방’”이라며 “골방으로 처지는 노인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고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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