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 꼭 맞아야 하나?
예방주사, 꼭 맞아야 하나?
  • 유병욱 순천향의대 서울 병원 가정의학과
  • 승인 2018.03.09 11:06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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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보 [52]

어린 시절, 한 줄로 서서 예방접종을 기다리며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따끔하고 아파오는 통증을 꾹 참아내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악을 쓰고 버티다가 결국 선생님의 손에 억지로 붙들린 채 주사를 맞던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성장과정에 따라 예방접종에 신경 쓰게 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성인 예방접종은 관심 밖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아뿐 아니라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가정은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예방접종이란 감염질환에 걸리기 전, 병을 예방하기 위해 그 질환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해당 질환의 균과 비슷한 형태의 균을 주사하지만 실제 감염돼 질환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비슷한 정도의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서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독감 백신을 접종했을 때 독감에 대한 면역 반응이 생겨 우리 몸은 방어력을 갖게 된다. 결국 독감을 예방하는 동시에 독감의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필수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환을 정해놓고 모든 영·유아에게 접종을 권하며,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환은 대부분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질환들이다. 예를 들어 폴리오는 신경을 영구적으로 파괴해 근육의 기능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그 밖에 디프테리아, 파상풍, 홍역, 풍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다행히 예방접종으로 현재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성인의 경우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최근 부각되면서 독감, 폐렴구균, 인유두종 바이러스, A형 간염, B형 간염, 파상풍, 대상포진 등의 예방접종이 성인 및 노인층에게 권장되고 있다.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환들은 질환에 걸렸을 때, 치료가 어렵거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예방접종으로 100%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예방접종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예방되는 것은 아니며, 예방접종을 해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면역력은 감소한다. A형 간염 예방접종의 경우 2번의 접종으로 95%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다. 반면 B형 간염의 경우 사람에 따라서는 예방접종 후에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소위 ‘무반응자’도 있다.

흔히 폐렴 예방접종으로 알려져 있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해당 백신의 폐렴구균 혈청형에만 면역력을 가지는 것이지, 폐렴의 모든 원인균에 대한 면역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다른 균이 침입했다면 폐렴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예방접종이 100%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손해보다 이득이 훨씬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호흡기질환으로, 일반적인 감기와는 다른 병이다. 사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독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소아와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감에 걸렸다 해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증상이 가볍고 경과가 좋으며 사망 위험도 낮다. 

예방접종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방패와 같다. 수많은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 예방접종을 게을리하지 말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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