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영화인의 비상과 김기덕의 몰락
멕시코 영화인의 비상과 김기덕의 몰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09 11:08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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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축구일 것이다. 올해 열리는 월드컵을 포함해 예선에서만 수차례 만난 악연 때문에 유독 각인이 된 나라가 멕시코다. 국제 정세를 아는 사람이라면 주저할 것 없이 마약 카르텔을 연상했을지도 모른다. 종종 뉴스로도 보도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잔혹한 행위는 한 번 듣고 나면 절대 잊히지 않으니까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으로 유명해진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장벽 설치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만큼이나 유명해질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장벽은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트럼프가 당선된 것처럼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장벽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미국 문화는 이미 멕시코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4일 막을 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올해도’ 멕시코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셰이프 오브 워터’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토로가 모두의 예상대로 감독상과 함께 작품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올해도’라고 한 이유는 2014년 이후 열린 다섯 번의 시상식에서 4차례나 멕시코 감독이 감독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조난당한 우주인의 귀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 ‘그래비티’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스타트를 끊고 2015년과 2016년에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2년 연속 수상했다. 특히 감독상을 수상한 세작품의 촬영을 모두 맡았던 역시 멕시코 출신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전무후무하게도 아카데미 촬영상을 3년 연속 거머쥐었다. 마약 카르텔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멕시코의 국격을 영화인들이 올려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영화인들이 명장으로 추켜세우는 감독이 있다. 베니스와 베를린을 제패했던 김기덕 감독 이야기다. 어쩌면 지난해까지는 그의 작품으로 한국의 문화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 영화계의 추악한 이면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김기덕의 작품 세계는 어둡다 못해 불쾌하다. 세계 영화계는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그의 작품세계를 높게 평가했다. 그의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은 ‘감독이 실제로 작품 속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거 아니냐’ 비아냥거리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작품은 작품일 뿐 감독의 사생활과는 상관없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말이다. 

폭로된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의 작품처럼 김기덕은 ‘나쁜 남자’인지 묻고 싶다. 진실한 해명을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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