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만 바꾸면 ‘리메이크’, 줄거리도 바뀌면 ‘리부트’
주연만 바꾸면 ‘리메이크’, 줄거리도 바뀌면 ‘리부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09 13:38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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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 등 귀에 익은 영화 잇따라 개봉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리부트 영화 ‘툼레이더’  주인공 캐릭터 빼고 다 교체… 사실적 액션 눈길

리메이크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원작의 줄거리 유지한 채 코믹 요소 추가해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이거 표절 아니야?”

지난 3월 7일 개봉한 ‘사라진 밤’을 관람한 김승진(39) 씨는 영화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다. ‘사라진 밤’이 몇 해 전 재미있게 본 스페인 영화 ‘더 바디’와 주인공 이름과 피부색만 달라졌을 뿐 전체적인 구성과 줄거리가 비슷했던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표절이 아니다. 제작사가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8일 개봉한 ‘툼레이더’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경우다. 2001년 작 ‘툼레이더’를 만든 제작사가 주인공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꾼 ‘리부트’ 작품인 것이다.

이처럼 최근 극장가에 ‘리메이크’와 ‘리부트’ 바람이 불고 있다. 검증 받지 않은 작품으로 모험을 하기보다는 이미 한 번 인정받은 콘텐츠로 참패는 모면하자는 제작사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리메이크와 리부트는 기존에 있던 작품을 재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먼저 리메이크(Remake)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발표된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부분적인 수정을 가하지만 대체로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따른다. 원작의 이름은 빌리지만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창조해 내는 패러디와 구분되며, 정당하게 판권을 구매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표절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순수한 창작품이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해당 작품만의 개성이 새로 담기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리메이크로 크게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는 ‘디파티드’(2006)가 꼽힌다. 할리우드의  명장 마틴 스콜세지가 홍콩 느와르의 부활이라는 평을 받은 ‘무간도’ (2002)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흥행에도 성공하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영화계는 올해 들어 유독 많은 리메이크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라진 밤’ 외에도 앞서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골든슬럼버’ 등이 각각 동명의 일본만화와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오는 3월 14일에도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한다. 원작이 잔잔한 로맨스를 표방했다면 소지섭,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코믹 요소를 첨가했다. 

1년 전 아내 수아(손예진 분)를 떠나보낸 우진(소지섭 분)은 하나뿐인 아들 지호(김지환)와 함께 살고 있지만 영 시원찮다. 계란 프라이는 태우기 일쑤고, 셔츠 단추는 매번 엇갈려 채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가 장맛비와 함께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수아가 나타난 정황은 그녀가 살아있을 때 지호에게 그려준 동화책 내용과 꼭 닮았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수아는 기억이 없다. 믿을 수 없는 기적 앞에서, 우진과 지호는 수아에게는 그녀가 죽었다는 것과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메말랐던 생활은 수아의 등장으로 탄력이 붙는다. 우진은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아에게 접근한다.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풋풋한 연애담은 관객마저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수아와의 첫 데이트에 나선 우진의 어설픈 모습과, 우진을 보는 수아의 미소에서는 달달함이 느껴진다.

코믹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극중 우진의 친구 홍구 역을 맡은 고창석은 소지섭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등장하는 장면마다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우진과 수아의 아들 지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 김지환의 때 묻지 않은 직설적인 발언도 또 다른 웃음 포인트를 만든다.

반면 리부트(Reboot)는 원작이 되는 이야기와의 연속성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을 이르는 말로 사용한다. 원래 전원을 다시 켠다는 의미의 컴퓨터 용어지만 영화계에서는 전원을 다시 켜듯 주인공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꾼 작품을 일컫는다. 주요 설정과 줄거리를 그대로 차용하는 리메이크와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크로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있다. 팀 버튼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배트맨 시리즈가 작품을 거듭할수록 흥행에 참패하자 제작사가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 작품을 제작했고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제작사들이 자사가 보유한 유명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영화계의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툼레이더’를 리부트한 작품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툼레이더’를 리부트한 작품

이런 흐름에 동참한 툼레이더는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으로 여성판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기도 했다. 도굴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여주인공 ‘라라 크로포트’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모험하며 숨겨진 보물을 찾고 이를 악용하려는 무리들과 맞서는 내용을 다룬다. 

리부트 작품에서는 2016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떠오르는 스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라라 크로포트로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작이 유명 도굴꾼이 된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에 비중을 뒀다면 이번 리부트작은 라라 크로포트가 도굴꾼이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다룬다. 2편, 3편 등 속편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포부를 엿보인 것이다.  

전작이 현실과는 동떨어지지만 눈이 즐거운 화려한 액션을 무기로 내세웠다면 리부트작은 종합격투기를 기본으로 한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클라이밍부터 도심 자전거 추격신까지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안젤리나 졸리를 잇는 여전사로 손색없는 활약을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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