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료’ 세미나 개최 “밀양 세종병원 사태, 병상공급 과잉이 빚은 비극”
‘중소병원의료’ 세미나 개최 “밀양 세종병원 사태, 병상공급 과잉이 빚은 비극”
  • 라안일 기자
  • 승인 2018.03.09 13:39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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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중소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 방안을 토의하고 있다.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중소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 방안을 토의하고 있다.

정부 병상수급 조정 강화로 중소병원 무분별한 신규 진입 막아야

사무장병원 처벌 강화 절실… 환수액 2조 중 징수액 1474억 불과

[백세시대=라안일기자]

전문가들이 중소병원의 민낯을 드러낸 밀양 세종병원 사태는 병상 과잉공급으로 불거졌다고 바라봤다. 의료업계가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해 ‘공공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 해답으로 정부의 병상수급계획 조정권한을 현행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 병원중심의 의료체계를 재가 및 지역사회로 전환 등을 꼽았다.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소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토론에 논의된 내용이다. 

이날 논의는 정춘숙(더불어민주당)·윤소하(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통해 이뤄졌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소병원이 병상수를 늘리면서도 그에 맞는 의료진 수를 늘리지 않은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근본적으로는 사유화된 보건의료체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특히 병상 공급 과잉으로 병원의 중소형화가 더욱 심화돼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병상공급 확대가 쉬워지고 퇴출기전이 불명확하다는 점 등이 밀양 세종병원 사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윤영덕 보험급여연구실장은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제도를 통해 재원조달은 이뤄지지만 민간 중심의 공급자 구조라는 특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병상공급 과잉, 특히 중소병원의 난립이 초래됐다”며 “중소병원이라는 구조적 한계, 내재적 비효율성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2000년대 이후 100~130병상 내외의 중소형 병원이 병상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늘어난 급성기 병상수는 18만4272개로 이 중에서 중소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1.2%(13만1266개)에 달한다. 특히 3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이 차지하는 병상수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3000개 이상이 줄어든 반면 300병상 미만 규모의 병원의 병상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임 교수는 농어촌지역 중소병원이 의사 등 의료인력이 적고 응급 등 중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 및 장비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 입원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병원급 의료기관의 입원 이용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재원일수가 12.8일로 종합병원에 비해 3.3일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 평균재원일수로 가정할 경우 9994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병상 공급 과잉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적 지출 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현행 의료법에서 ‘권고’로 규정된 중앙정부의 병상수급계획 조정 권한을 ‘의무’로 변경해야 한다”며 “특히 병상 공급 과잉을 주도하는 중소병원의 무분별한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도 “기본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설립은 시도지사 허가를 받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병상 조정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잉 병상에 대한 공급 관리와 함께 의료인력 확충, 사무장병원 근절 등으로 중소병원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석준 교수는 “중소병원에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서비스 제공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개선방향의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병상 공급 과잉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수가 구조의 변화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 대표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적발된 1402개의 사무장병원의 환수결정액이 2조원에 달하지만 징수액은 1474억에 불과하다”며 “실제 이득을 얻는 사무장 수익을 환수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여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이들은 3년 동안 재교부 받지 못하는데 이를 10년 이상 늘리거나 재교부 자체를 불허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역 중소병원의 내원환자 대다수가 의료필요도가 낮은 노인인 점을 고려해 탈원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의 의료서비스 제공의 목표는 노인환자의 가정복귀에 둬야 하며 가정에서의 돌봄과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도록 정책방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병원중심에서 재가 및 지역사회로의 회귀가 병상수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안일 기자 rai@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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