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48] 자기 단속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48] 자기 단속
  • 권 헌 준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18.03.16 10:56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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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단속

모름지기 일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단속하여,

마치 엄한 스승과 존경하는 벗의 곁에 있는 것처럼 처신해야 한다.

須觸處斂束(수촉처염속)   

若在嚴師畏友之側(약재엄사외우지측)

- 이현일(李玄逸, 1627~1704), 『갈암집(葛庵集)』권17 「답훤손(答烜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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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구절은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이 산재(山齋)에서 공부하는 손자 지훤(之烜)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입니다. 지훤은 갈암의 셋째 아들인 밀암(密菴) 이재(李栽)의 장남입니다.

갈암이 한적한 산재에서 홀로 공부하고 있는 손자에게 먼저 당부한 것은 엄한 스승과 존경하는 벗을 대하듯 두려운 마음으로 자신을 엄격히 단속하라는 말입니다. 이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재에서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손자의 마음을 다잡아 주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을 단속하지 못하여 나태함과 사욕이 자라게 되면 학문을 지속해 나가지 못할까 염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옛날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해 줌에 내 마음을 다하지 않았는가[爲人謀而不忠乎]’ ‘붕우와 더불어 사귐에 성실하지 않았는가[與朋友交而不信乎]’ ‘전수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傳不習乎]’라는 세 가지로 매일 자신을 성찰하여 결국 성인의 온전한 학문을 수수(授受)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갈암 역시 자신의 손자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학문을 이어가기를 바랐던 것일 것입니다.

이 당부에 이어 “한적한 곳에 홀로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편히 지내지 말아야 할 것이며 엄숙하고 공경스러운 자세로 자신을 지키고 깊이 사색하여 이치를 궁구해야 할 것이니, 학문의 큰 요체는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노력하고 노력하거라 [不以幽閒處獨 自私自便 莊敬以持身 潛思以窮理 則學問大要 不出是二者 勉之勉之]”라는 면려의 말로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우리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을 단속하지 못하고 기행과 일탈을 일삼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특히나 요사이 사회각계의 원로와 유명인들이 자신의 본분은 망각하고 추악한 사욕을 채우다 결국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증자가 세 가지로 매일 자신을 성찰하였듯이,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하는 것[反求諸身]’을 유가(儒家)에서는 학문을 하는 근본으로 삼았습니다. 자신을 성찰하여 과실이 있으면 고치고 과실이 없으면 더욱 힘써서 이렇게 조금씩 실천해간다면 자신을 단속하는 공부가 점차 엄격해져 마음이 바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단속이 선행된다면 타인의 시선이 있건 없건 자신이 부귀하든 빈천하든 한결같은 자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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