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상 대한노인회 대전 중구지회장 “투명 회계는 화목한 경로당 가는 지름길… 순회 회계교육 중”
이인상 대한노인회 대전 중구지회장 “투명 회계는 화목한 경로당 가는 지름길… 순회 회계교육 중”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16 10:59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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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서 쌈짓돈 모아 효행상 줘… 3년간 450명에게 2500여만원

경로당 개보수 사업에 중구청 직원들 최선 “경로당 내 집처럼 돌봐”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이인상(78) 대한노인회 대전 중구지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다. 농업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국내 초유의 상설직거래장터를 만들어 농업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이후 ▷효 문화 확산 ▷경로당 시설 개보수 ▷명품 경로당 만들기 ▷경로당 순회 회계교육 등의 사업을 펼쳐 경로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노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중구지회가 2017년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 우수기관 선정에서 대전시 최우수기관 표창을 받은 것도 위에 열거한 일련의 사업들과 무관하지 않다.

3월 초, 대전 중구 유등천로에 있는 임시 지회사무실에서 만나 지회 역점 사업과 라이프 스토리를 들었다. 중구지회는 증축 관계로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겨울을 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출근하면 주전자 물이 다 얼어 있더라. 부실공사가 우려돼 겨울작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 6월에 완공예정이다.”

대전 중구지회 건물은 조폐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전체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 대상의 교육을 하기엔 공간이 협소해 위·아래 30평씩 총 60평을 확장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중구청에서 8억원을 지원해주었다.

-효 문화 확산은 어떻게 하는 건가.

“건강할 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실종된 효’에 착상했다. 핵가족이 되면서 효란 게 사라졌다. 우리 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음 세대는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 중구청장이 효 문화중심도시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유등천 상류에 위치한 뿌리공원을 중심으로 경로효친사상을 함양하고 한겨레의 자손임을 일깨우고 있다. 거기에 발맞춰 지회에선 경로당 회장과 회원들의 쌈짓돈을 모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효행상을 주고 있다.”

당연히 이 지회장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었다. 이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들에게 “노인이 받기만 하지 말고 베풀고 살아야 한다”고 호소하자 뜻밖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졸업이나 방학 때 한 경로당이 효행 학생 2명에게 각각 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전달한다. 성적보다는 효행심 깊은 학생이 우선 대상이다. 경로당 회장이 학교를 방문해 학부모가 보는 앞에서 직접 표창장도 전달한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450명의 학생에게 2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주었다.

지난 2월 9일, 이인상 대전 중구지회장은 신평초 교장실에서 효행학생 8명에게 문화상품권과 표창장을 전달했다.
지난 2월 9일, 이인상 대전 중구지회장은 신평초 교장실에서 효행학생 8명에게 문화상품권과 표창장을 전달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일부 경로당 회장들이 슬리퍼에 체육복차림으로 상을 주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노인회 체면도 있으니 제발 구두 신고 넥타이 매고 나가달라’고 부탁하자 이제는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시상을 한다”며 웃었다. 학교의 반응도 좋다. 산서초 교장은 이 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인근 경로당 8곳에서 모은 장학금 80만원을 고맙게 받았다. 학부모들이 성적우수상보다 이 상을 더 가치 있게 보는데 계속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대전 중구의 어르신들 현황은 어떤가. 

“노인인구가 4만여명이고 경로당회원은 7000명 가까이 된다. 경로당 수는 144개이다. 중구가 한때는 대전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구도시가 됐다. 노인 인구비율도 16.2%로 대전시 5개 구 중 가장 높다. 유성구는 7.9%에 불과한데…. 지회장 되고 나서 어깨가 무겁더라. 경로당을 나가보니 노래교실, 요가, 발마사지 등 프로그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경로당 시설 개보수를 하게 된 계기인가.

“그렇다. 칸막이를 트면 넓게 쓸 수 있고, 도배만 해도 훨씬 쾌적한 분위기가 되는 경로당이 있다. 이 사업은 건축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예산도 필요하지만 구청과 지회가 상호 협력이 잘 돼 가능했다. 지난해 지회 건물 증축(8억원)에 경로당 개보수사업비까지 총 29억 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다. 사업 초기인 2016년에 60개 경로당을 보수했고, 이듬해 57개 경로당을 수리했다.”

경로당 개보수 사업은 지회장의 의견을 반영해 구청에서 바로 기술 인력이 투입되고 예산이 집행된다. 이 지회장은 “구청장이 고마운 건 말할 나위도 없지만 담당국장과 과장, 직원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더욱 고맙다. 그들은 경로당 일을 자기집 일처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청 직원들은 수도관이 동파된 경로당이 생기면 일요일에도 달려 나갈 정도라고 한다. 이 지회장은 직원들-김진태 복지경제국장, 권용애 가정복지과장, 정영희 노인복지계장, 박미정 경로당주무관, 정석관 건축담당자-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명품 경로당 만들기’는 어떤 사업인가.

“‘노인지도자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경로당이 변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업명은 ‘명품경로당 인성 만들기’이다. 학자들 말로는 ‘인성교육은 없다’고 한다. 윗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게 인성교육이다. 학자, 전문가들을 초빙해 관혼상제 같은 전통예절을 배우고, 동심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에서 동화구연도 배운다. 총 235명이 수료했다.”

이 지회장은 이밖에 화목한 경로당 조성을 목적으로 ‘경로당 순회 회계교육’을 17개 동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전임 사무국장과 경로부장이 행정복지센터에서 경로당 회장, 사무장을 대상으로 보조금 집행, 통장 및 회계장부 관리 등의 교육을 한다. 이 자리에 동 직원들도 참석한다. 

이 지회장은 “경로당이 화목해야 거기서부터 모든 게 우러난다.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면 불미스런 일들이 생긴다. 제가 인심을 잃더라도 운영비·부식비·냉난방비 등 보조금 집행의 회계 질서를 세워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 그게 바로 화목한 경로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인상 지회장은 농업 담당 공무원 출신이다. 충남도 잠업검사소장과 잠업사업소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거주 지역의 경로당 회장(5년)을 지낸 인연으로 대전연합회 수석부회장과 시립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을 했다. 중구지회 부회장을 거쳐 2015년 10월, 지회장에 무투표 당선됐다. 

-공무원 재직시 기억에 남는 일은.

“밭에서 100원 하는 무가 시장에선 700원을 받는 걸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직거래장터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일이라고 본다. 지금은 ‘금요장터’가 돼 길가까지 나왔다. 그걸 보고 다시 도지사에게 건의해 20억원의 예산을 받아 대전 둔산동에 농어촌특산품전시판매장을 마련해 그곳에서 1년 내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 지회장은 외화 획득과 농가소득증대 특별사업의 일환책으로 충청남도 잠업증산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도 있다. 

이 지회장은 시립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을 할 때도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밥값을 1천원 이상 받지 않도록 했다. 그 덕에 노인들은 지금도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인상 대전 중구지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노인사회는 화목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사회도 건강해지고 노인들도 행복하다”며 다시 한 번 화목을 강조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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