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도 승부욕이 있다
노인들도 승부욕이 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16 11:03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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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스포츠 분야에서 홀대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만난 허광 세계한궁협회장은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했다. 허 회장의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는 뚱딴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부는 다른 예산은 줄여도 노인 관련 예산은 늘려왔다. 지자체도 게이트볼 전용구장 등 노인들을 위한 운동공간 마련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홀대라니, 당장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허 회장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노인들은 확실히 차별받고 있었다. 

노인이 운동을 하면 의료비가 절감되고 수명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도 노인들의 체육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대회를 유치하고 경로당 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목소리가 달랐다. 강사들은 노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냈고 노인들은 귀찮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많은 예산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미비한 효과로 인해 전시행정이란 뒷말도 무성했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경로당 회원들 중 상당수가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인복지관들은 최근 의욕적으로 당구대를 설치하고 있다. 이미 당구시설을 갖춘 복지관에선 사구와 포켓볼을 치기 위해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몰려든다. 한 게임 당 적게는 20~30분씩 걸려 체력 소모가 있지만 동작이 크지 않아 노인들도 오래도록 할 수 있다. 타 스포츠와 달리 프로선수들의 전성기가 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 있다.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의욕을 불태우게 한다. 노인들이 고스톱을 즐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승부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궁이 단기간에 성장한 배경에도 ‘경기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한궁은 당구와 달리 초보자가 경력자를 이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양손을 다 써야 한다는 변수로 인해 말 그대로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가 경기를 해도 늘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문제는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이런 노인들을 위한 생활체육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조가 건강에 좋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재미없는 동작을 건강을 위해 반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노인들의 대한 홀대라 할 수 있다. 한궁과 함께 얼마 전 소개한 슐런 등 노인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들과 추가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종목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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