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 정재수
  • 승인 2008.02.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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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화(老化·나이 들어감)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여 나타내는 말을 미국의 노년학자 Butler(1969)가 에이지이즘(ageism)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에이지이즘이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측면의 인식을 일컫는 말로 일반화되었다. 에이지이즘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간단히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상세히 말하자면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적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말로 고정관념(스테레오타이프·stereotype)이라는 밀도 쓰이고 있는데, 고정관념은 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특성과 그 정도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대표적으로 어떤 특성이 있다고 일반화시켜 말하는 것이다. 노화와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부정적인 것도 있고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이 훨씬 더 많다. 특히 고정관념에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부정적 고정관념(negative stereotype)이라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노화와 노인에 관한 부정적 인식인 에이지이즘과 고정관념은 미국과 같은 청춘 예찬론의 문화 속에서 생겨났고 미국사회 속에서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에이지이즘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노인을 존경하고 효의 가치를 아직도 숭상하는 동양문화에서는 아주 약하게 나타날 것이라 했고 필자도 대체로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수도권에 살고 있는 4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사람들 30명을 대상으로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최근에 연구한 적이 있는데 연구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우리사회에도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노인하면 제일 먼 떠오르는 느낌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았는데 긍정적 이미지는 거의 없었고 부정적 이미지가 거의 전부였다. 중년층은 긍정적 이미지를 극히 일부 갖고 있었지만 거의 전부가 부정적이었고, 노년층은 전부가 부정적이었다. 긍정적 이미지로는 “경륜이 있고 베테랑이다”, “듬직하다”라는 것 외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나머지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부정적이었다.

반면에 부정적 이미지로는 신체적으로 불편하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불쌍하다, 안쓰럽다, 건강이 약하다, 치매 걸려 있다, 더럽다, 고집불통이다, 지능이 떨어진다, 희망이 없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죽기를 기다린다, 일할 능력이 없다, 불쌍한 식물이다, 스스로 자신을 꾸려갈 수 없다, 서글프다, 슬프다, 외롭다, 엄하다, 병들었다, 소외당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다 구체적인 면으로 노인의 이미지를 물어보았다.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일부는 능력이 있다고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능력이 떨어지거나 없다고 했다. 그 부정적 표현들은 노인은 능력이 없다, 기운 쓰는 일은 어렵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다 약화되는 편이다, 젊은이에 비해 떨어진다, 매년 다르다, 안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는 등이었다. 경제력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노인의 경제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신체적 모습에 대헤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신체적 모습도 거의 전부 부정적이었다. 불편하다, 예쁘지 않다, 안쓰럽다, 몸이 쇠퇴했다, 지저분해진다, 꼬부라지고 다리도 휘어진다,  관절 병신이 많다, 걷는 모습이 팔자걸음, 병이 있다, 쭈글쭈글하다, 추하다는 등 부정적 표현하였다. 성격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연령에 관계없이 거의 부정적이었는데 융통성이 부족하다, 답답하다, 짜증난다, 말도 똑 같다, 옷도 같은 모양으로 입는다, 애기처럼 된다, 고집이 세다, 성을 자주 낸다, 딴소리 한다는 등으로 표현하였다.

정신능력에 대해서는 일부의 사람들은 정신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거의 전부는 연령에 관계없이 부정적이었다. 창의력에 대해서도 연령에 관계없이 부정적이었고 생각과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연령에 관계없이 거의 전부 부정적이었다. 일상생활 모습에 대헤서도 연령에 관계없이 거의 부정적이었는데 노인정에 쪼르르 앉아 있다, 무료하게 지낸다, 방에 냄새난다, 똑 같다, 불쌍하다, 안되었다, 자기라는 게 없다 식으로 부정적이었다. 

옷 입는 모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상당히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는 편이었다. 거의 대부분은 노인의 행동이 느려지고 활발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나 구체적 이미지 모두 거의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인 에이지이즘과 부정적 편견(스테레오타이프)이 연령에 관계없이 놀라울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노인에 대한 부정식 인식이 서양이나 동양에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문화에 크게 관련 없이 부정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거의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노인복지 대책도 하나의 시혜적 대책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고령화사회는 두려운 미래로 인식될 수박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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