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공개… 시간에 쫓기지 말고 치열한 논의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공개… 시간에 쫓기지 말고 치열한 논의 나서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23 11:00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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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내용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3월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고 3월 26일 발의한다. 이후 국회 의결을 거쳐 6월 13일 지방선거일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야 대립이 첨예해, 청와대의 계획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개정사항은 △헌법전문에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이념 명시 △공무원 노동 3권 확대 등 노동권강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 등 신설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신설 등 국민주권강화 △수도조항 신설 △토지공개념 명시 △지방분권국가 지향성 명시 등 지방정부 권한 확대 △주민참여 확대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국가원수 지위 삭제 등이다. 

개헌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신설이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규정이고,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 등 선출직 대표를 임기 중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두 규정은 권력의 감시자로서 국민의 역할과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주목받은 조항은 토지공개념 부분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청와대는 현행 헌법에서도 해석상의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관련 법안이 무효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택지소유상한제법은 위헌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조항이 헌법에 명시되면 부동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번 개헌안에는 여야가 대립을 보여 온 정부 형태에 대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가 그것이다. 4년 연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나와 패배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한 제도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년 연임제 대신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청와대는 개헌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국회를 설득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자마자 야권 4당 모두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헌안 국회 표결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가 ‘개헌쇼’를 하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민주평화당 마저 청와대가 ‘밀어붙이기식’ 개헌 추진을 하고 있다며 개헌 논의는 국회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야당의 반대는 국회 주도가 아니라는 점과 개헌이 불발되면 그 책임을 야당이 지게 할 것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 뻔한 데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유리하도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이뤄지려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이 개헌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야당은 절차와 내용, 특히 지방선거일 동시 투표라는 개헌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개헌안의 주도권을 빼앗긴 국회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추진이 문제이고 못마땅할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만 하고 정작 개헌안 합의를 보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 다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기식 개헌을 하는 것도 문제다. 개헌이 여야 합의 아래 국민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청와대도 여야 정치권도 더 적극적인 논의와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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