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부여군수 “부여는 호당 농업생산이 1위… 어르신들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
이용우 부여군수 “부여는 호당 농업생산이 1위… 어르신들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23 11:10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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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이전부터 노인복지 관심… 노인복지원 설립해 독거노인 반찬 배달

전체 경로당 에어컨, 정수기 관리 등 지원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부족해”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부여의 노인복지는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의 문화유산만큼이나 풍성하고 내실 있다. 부여 인구(7만여명) 중 3분의 1인 2만1000여명이 노인이다. 이 가운데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7000여명, 경로당은 460개이다. 면 단위에는 노인이 30%를 차지한다. 젊은이라고 해봤자 50대 후반이다. 군 전체가 초고령이다. 그에 발맞춰 노인복지 시스템도 빈틈없이 운영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로당 시설의 현대화이다. 한 달 이상 이어지는 여름철 폭염에 힘들어하는 노인들의 생명과 건강을 우려해 전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거실에 대형에어컨을, 여성회원과 남성회원 방에 룸 에어컨을 따로 달았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도 설치했다. 정수기는 필터 교환, 내부 청소 등 지속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수기 관리 리스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근의 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미세먼지 저감기를 마을회관에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읍·면에 운영되는 ‘사랑의 빨래방’ 덕에 노인들은 청결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린다.  마을이장, 독거노인 돌보미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이불 등 빨래를 수거해 대형세탁기로 깨끗이 빨아 다시 가정까지 배달해준다. 

‘굿뜨래해피카’도 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홀몸어르신 및 장애인의 요청이 오면 굿뜨래해피카가 즉각 달려가 전구·콘센트 교체, 방문·창문·타일 보수, 수도꼭지 교체, 싱크대 배수관 청소, 배관 교체 등 생활 속의 작은 불편을 해소해주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집안일을 제대로 못하는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집안청소, 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밖에 노인복지가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노인종합복지관 준공도 눈앞에 두고 있다. 2,106㎡(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다. 

부여군은 노인뿐만 아니라 아동과 여성 등 군민 전체를 위한 복지도 앞선다. 폐쇄회로 TV 400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전 군민 대상의 군민안전보험을 들어 두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다쳤을 경우 군청, 면사무소에 연락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런 시설을 근거로 군 단위로는 최초로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이용우(58) 부여군수를 만나 노인복지에 대한 소신과 열정을 들었다. 이 군수는 자식처럼 진정성을 갖고 노인들을 위하는 군정을 펴 ‘효자군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경로당에 자주 가는지.

“자주 방문 드린다. 전임군수도 해왔지만 매년 1월1일 세배를 다닌다. 최고령 어르신 댁을 방문해 장수를 축복하고 덕담도 듣는다. 16개 읍면을 다 돌려면 3일이 걸린다. 세배 돈 주는 분도 계신데 필요한 곳에 쓰라고 마을회관에 갖다드린다.”

-군수가 세배를 다닌다니….

“자녀들과 같이 계시는 어르신 댁을 가보면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지만 혼자 계시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집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용우 부여군수(왼쪽)가 이성규(103) 어르신에게 세배를 드리고 있다.
이용우 부여군수(왼쪽)가 이성규(103) 어르신에게 세배를 드리고 있다.

-노인복지에 대한 소신은.

“늙은 거미를 묘사한 시를 본 적이 있는지. 거미가 집을 짓고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해 뱃속 내장을 꺼내 거미줄을 뽑아 집을 짓는다. 껍질만 남은 늙은 거미는 비로소 마지막 내장을 뽑아 자기 수의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군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로 거미와 같은 삶을 살아온 분들이라고 했다. 이 군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르신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자식과 후손을 위해 모든 걸 내준 어르신들에게 잘 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무리 잘해도 부족하다는 게 이 군수의 지론이다.    

-부여 노인복지원 이사장을 지냈다.

“어르신은 반드시 존경 받고 대우를 받아야 할 대상자이다.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않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전기세가 아까워 차가운 방에서 그대로 견딘다. 이런 분들에게 반찬서비스라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군수 되기 전 5년간 복지시설을 만들어 운영했다.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교회 식당에서 반찬을 만들어 어르신 댁까지 음식을 전달했다.” 

-노인일자리도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작년 노인일자리 지원이 4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60억원으로 늘렸다. 인원도 2500명이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군이 고령화되면 국가 동력도, 생산성도 떨어진다. 자원봉사든 노노케어든 어르신들이 집에 계시지 말고 나와서 활동하는 게 건강에도 좋고 자존감 회복에도 좋다.”

이 군수는 고령화 문제 해결에 젊은 농업인이 대안이라고 했다. 타지로 떠난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물려준 땅에서 부모에게 전수 받은 기술로 농사를 짓는다면 맨손으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성공확률이 훨씬 높을 거라는 얘기다.

부여군의 농식품 공동브랜드는 ‘굿뜨래’이다. ‘굿’은 영어로 좋다는 의미이고 ‘뜨래’는 트리, 나무란 의미다. 또는 ‘뜰’, ‘터’라고 볼 수도 있다. 좋은 땅에서 생산된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이라는 의미다. 굿뜨래는 7년 연속 국가브랜드 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굿뜨래 참여 농가 및 조직이 324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해외 15개국 수출실적도 546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군수는 “부여가 호당 농업생산이 전국 1위이다. 그만큼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았고 농업기술이 좋다는 의미”라며 “농업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굿뜨래농업대학을 만들어 운영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들떠 있지만 유망한 직종은 농업”이라고 말했다.  

-100세시대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어르신들의 살아온 경륜과 지혜가 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제가 어느 자리에서든 어르신도 ‘내 나이에 뭘 하나’ 그런 자조적인 생각 버리고 당당히 부여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군은 어르신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인터뷰 끝에 “이번에 연임된 민병시 부여군지회장이 부친과 동갑이며 잘 아는 사이”라고 소개하면서 “전국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가져오시고 여전히 농사를 지을 정도로 건강하고 성품도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


약력=△단국대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과정 수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대외 협력특보 △(사)부여노인복지원 이사장 △국립한밭대학교 겸임교수 △(재)여신장학회 이사 △2010년 7월~2014년 6월 제36대 충남 부여군 군수 △2014년 7월~현재 제37대 부여군 군수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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