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복용중인 모든 약 알리세요”
“의사에게 복용중인 모든 약 알리세요”
  • 윤종률 한림의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 승인 2018.03.23 11:11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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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54]

70대인 김복용 어르신은 아픈 곳이 워낙 많아 별명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김 어르신은 요즘 고혈압, 고지혈증, 불면증과 우울증, 관절염, 위장병 등의 질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어르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식사 후 약을 챙겨 먹는 일이다. 아침 공복에 먹는 혈압약과 위장약 2알을 시작으로 아침 식후에 8개, 점심식사 후에는 3개, 저녁 식후에 5개, 불면증 때문에 잠자기 전에 또 2알의 약을 먹는다.  

총 20개의 약을 벌써 몇 달째 복용하고 있는데도 속은 여전히 불편한 데다 지난주부터는 어지럽고 몸이 붓는 증상까지 생겨 또다시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정밀진단 결과, 김복용 어르신은 너무 많은 약을 복용해 신장기능이 손상돼 신부전증이 생겼고 출혈성 위궤양까지 발생해 몸이 붓고 어지럼증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동시에 부작용도 생길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으므로 약을 복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해독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노인들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가장 흔한 약 부작용으로는 소화장애나 위염, 위궤양, 빈혈, 백혈구 숫자의 감소,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손상, 졸림, 입마름, 변비, 기운 없음, 정신이 흐려지는 증상 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은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할수록 더 심해지는데, 약과 약이 섞이면서 원하는 치료효과보다 부작용 발생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 10명 중 8~9명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4~5명은 3가지 이상의 만성병을 안고 살아간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약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노인들이 상시로 복용하는 약은 가급적 하루 5가지 이내로 복용하도록 권장하는데, 이보다 많으면 약물 과다복용이 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약물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함께 먹으면 효과가 줄어들거나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기는 약들도 많다. 예를 들면 고혈압약과 소염진통제인 관절통약이나 항히스타민제인 감기약을 같이 먹으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떨어지고, 반대로 고혈압약과 일부 항생제, 또는 우울증약을 함께 복용하면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도 있다. 

당뇨약은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과 함께 쓰면 약효가 떨어지며, 위장약 중 일부는 당뇨약의 배설을 더디게 해 저혈당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관절염 치료약인 소염진통제와 심혈관 치료를 위한 아스피린을 같이 복용하면 위장출혈 위험이 매우 높아지므로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무좀약도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수면제 등의 약효를 강하게 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므로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 부작용을 막고 약의 원래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진료를 받을 때 의사에게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때 양약뿐 아니라 한약, 영양제, 보조식품까지 상세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거에 약에 대한 과민반응이나 부작용이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이야기해야 하며, 의사가 처방하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한다. 

자신의 질병에 맞게 처방받고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했을 때에만 ‘약’은 ‘약’이 될 수 있다. ‘약’이 ‘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약’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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