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티켓 가격 현실화를 위해
연극 티켓 가격 현실화를 위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3.23 11:13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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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대학 수업 중 하나로 연극을 단체로 관람한 적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박광정이 연출을 맡았던 ‘비언소’를 관람했는데 현재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품행제로’에 출연하며 뜨고 있던 배우 류승범의 첫 연극 무대 진출이라 주목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엔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스타 반열에 오른 드라마 ‘미생’의 이성민을 비롯 박희순, 박철민, 전혜진, 조희봉 등이 출연, 변소를 배경으로 사회 문제와 인간의 추악함을 풍자했다.
수많은 연극 중에 이 작품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공연이 절반 가량 진행됐을 때 갑자기 조명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무대 위에는 이성민이 있었다. 이성민은 재빠르게 사과를 한 후 흐름이 끊겨 극을 이어가기 힘들다며 관객 전원에게 전액 환불을 해줬다. 

이후 교수님과 수업시간에 이를 두고 논쟁한 기억이 생생하다. 무대는 계속돼야 한다는 교수님과 프로다운 대처였다는 학생들이 팽팽히 맞서 토론을 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수업이 됐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당시 배우들은 관객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당시 티켓 가격은 3만원이었지만 ‘사랑티켓’이란 제도 덕분에 대학생은 1만원만 내면 볼 수 있었다. 환불 받은 돈으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류승범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성민이란 좋은 배우를 알게 됐고 그가 ‘미생’으로 떴을 때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꼈다. 

비언소를 보기 전까지 연극 문외한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1년에 두세 차례 대학로를 찾으며 무대의 매력에 빠졌다. 10여년 새 대학로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지만 티켓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3만~3만5000원 사이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극장표가 두 배 이상 비싸진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싸다. 심지어 이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말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다만 수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친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펼치는 연기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것에 대한 값으로는 충분히 싸다. 

대학로는 우리나라 영화‧드라마의 근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현실적인 티켓 가격으로 배우들이 연기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만 국가의 문화수준도 높아진다.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당장 극단이 값을 올리긴 어렵다. 메르스 사태 때처럼 정부가 티켓 가격을 일부 지원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상승을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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