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희망, 호기심, 용기를 버리면 노인이 된다
열정, 희망, 호기심, 용기를 버리면 노인이 된다
  •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03.23 11:22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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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에 인천상륙작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애송시 ‘청춘’은

“청춘은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한 상태“라고 읊어

열정, 용기 등을 간직한다면

80세라도 청춘으로 살 수 있어

맥아더 장군이 1950년 6.25전쟁의 UN군 사령관으로 참전하여 인천상륙 작전을 직접 지휘한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참전 당시 장군의 나이가 70세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1950년 당시 미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65세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70세는 상당히 고령이었다 할 수 있고, 우리사회의 1950년 남자 평균수명이 48세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 정도의 고령이었다. 더구나 군인으로서 70세 나이는 현재 우리사회 기준으로 보더라도 고령이 아닐 수 없다.

맥아더 장군이 애송하던 ‘청춘’(youth)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미국의 시인 새뮤얼 얼만(Samuel Ullman)이 지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맥아더 장군(1880-1964)도 얼만 시인(1840-1924)도 모두 84세까지 살았는데 상당히 장수한 셈이다. 맥아더 장군은 이 시에서 말하는 대로 노년에도 청춘의 삶을 살았으리라 추측된다. 맥아더 장군은 일본 동경에 있던 그의 사무실에 이 시의 액자를 걸어 놓았기 때문에 ‘청춘’은 일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시구(詩句)의 서술 형식은 무시하고 연속 문장체로 시 전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한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 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의 문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 청춘은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다. 청춘은 때로는 이십세 청년보다 육십세 노인에게 있다. 단지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 없다. 황폐해진 이상에 의해 늙게 되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버림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고뇌, 공포, 자기불신은 마음을 굴복시키고 영혼을 흙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육십이든 열여섯이든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경이로운 것에 대한 매혹, 다음의 무언가에 대한 아이들과 같은 끊임없는 욕망, 삶의 유희,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인간과 신에게서 받는 한 그대의 젊음은 계속 되리라. 안테나가 내려지고 그대의 영혼이 냉소의 눈과 비관의 얼음으로 덮이면 이십세일지라도 늙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안테나를 올리고 낙관주의 전파를 잡는다면 그대는 팔십세일지라도 청춘으로 죽을 수 있으리라.” 

이 시는 청년층과 노년층 아니 모든 연령층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시회에는 ‘노화(늙어감)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연령주의라 함)이 팽배하여 ‘노인’하면 ‘나이 많아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힘이 약하고, 일할 능력도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사실 연령주의는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고 과장되고 잘못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비노인충은 더욱 그렇게, 심지어 노인층 자신들도 상당히 그렇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시에서 ‘늙었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의 ‘노인’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에서 말하는 청춘은 단순히 인생의 한 시절인 20-30대 나이의 사람이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열정, 희망, 호기심, 용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인생의 시기나 나이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라도 청춘이라는 것이다. 시의 말과 같이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열정은 집중력과 추진력의 마음이고, 희망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마음이고, 호기심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견하고, 만들어내려는 마음이고, 용기는 결정한 것은 실패도 감수할 자세로 망설이지 않고 시도해 보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마음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나이가 많고 적음으로 인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는 우리사회에 팽배한 연령주의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배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이로 보아 청춘인 젊은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신체적 힘이나 장미 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가 되어야 한다.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를 잃으면 20세 청년도 노인이 되고,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를 버리지 않으면 80세 노년도 청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80세 나이에도 청춘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상당 수 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노인이냐 아니냐를 단순히 나이로 판단하게 만드는 데는 노년층 자신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된다. 스스로 단순히 나이 들었다고 또는 노년이 되었다고 열정, 희망, 호기심과 용기를 발휘하려는 노력을 쉽게 포기하거나, 사회 밖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노인을 나이로만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희박해 질 것이다. 노년들이 열정과 희망과 호기심 그리고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노년층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체계적 교육과 사회적 인식개선 운동을 포함한 사회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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