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삶의 뒤안길
먼저 왔던 길
먼저 갈 수만 있다면
한 길 나란히 가야 하는 길
이탈해서 앞서 가려 하네
아무도 모르는 삶의 뒤안길
현혜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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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먼저 왔다고 순서대로 가는 건 아니다. 삶의 뒤에 감추어진 건 누구도 알 수 없다. 함께 어울려 살다 제 몫의 삶만큼 살다 가는 것이다. 살다보면 대열에서 이탈해 앞서 가려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뒤쳐져서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삶은 빠르고 느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가 아닐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일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꽃을 심어놓은 화분이 같은 형태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줄지어 피어 있다. 그리고 등 뒤로 하루가 지고 있다. 아니 새날이 당도했는지도 모르겠다. 태양이 뜰 때와 질 때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 사람의 한 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람의 마지막 모습도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아름다웠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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