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수역 윤스헤어카페 정윤정 원장, 어르신에 ‘커트’ 봉사 40년… “봉사는 저의 기쁨”
서울 이수역 윤스헤어카페 정윤정 원장, 어르신에 ‘커트’ 봉사 40년… “봉사는 저의 기쁨”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3.23 14:01
  • 호수 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윤정 윤스헤어카페 원장(오른쪽)은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1000원만 받고 커트를 하고, 그 돈은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정윤정 윤스헤어카페 원장(오른쪽)은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1000원만 받고 커트를 하고, 그 돈은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75세 이상 어르신에 1000원만 받아  

그렇게 받은 돈 모아 연말에 기부

“사람 좋아해 미용은 할수록 매력”

[백세시대=이영주기자]

3월 둘째주 월요일, 사무실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1000원만 받고 커트를 해주는 미용실이 있다며, 이런 곳이 신문에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가 알려준 곳은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남성시장의 한 미용실. 그곳에서 40여년 미용봉사를 해 온 정윤정(60) 윤스헤어카페 원장을 만났다. 

미용실에 들어서 인터뷰를 요청하니 “(정 원장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옆에서 들려왔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앉아 있던 하순옥(70) 어르신의 말이었다. 하 어르신은 정 원장의 봉사 이력을 일일이 열거하며 정 원장을 칭찬했다. 

하 어르신에 따르면, 정 원장은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1000원만 받고 커트를 하고 그 돈은 모아서 연말에 불우이웃 성금으로 낸다. 가끔 간식도 주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찬양팀 머리 손질도 해주고 있다.

정 원장의 미용봉사는 내력이 깊다. 미용 경력이 41년인데, 봉사 경력도 40년 정도 된다. “봉사는 습관이다”고 말할 만큼 봉사 내공을 쌓았다. 처음 시작은 부산의 한 정신요양병원에서였다. 

그곳에는 환자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평소 정 원장을 알고 있던 해당 병원의 의사는 정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봉사는 시작됐다. 이후 양로원 등을 다니며 꾸준히 미용봉사를 해왔다. 

어르신 커트 할인은 서울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8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로 머리를 깎았다. 그런데 무료라고 하니 부담스러워 하는 어르신이 계셨고, 일부 어르신은 돈 대신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1000원을 받게 됐는데 그게 2~3년 전부터다. 

정윤정 원장은 “돈을 받으니 어르신들이 오기가 더 쉬워졌다”며 “안 받아야 할 돈을 받았기 때문에 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말했다. 좋은 일에 쓴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어르신들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기도 한다. 

정 원장은 기준 연령을 80세에서 75세로 낮춘 이야기도 들려줬다. 80세가 안 된 분들이 억울해 해서 75세 이상으로 바꿨다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행복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는 일하는 기쁨도 누리고 있다. “미용은 할수록 매력이 있다. 의사와 변호사는 아픈 사람을 상대하지만 미용사는 건강한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할 수 있다. 사람 좋아하는 나한테 좋은 일이다. 손으로 일하고 입으로는 손님들과 논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과 봉사를 하겠다는 정 원장. 그는 봉사로 행복을 얻고 행복해서 봉사를 한다. 봉사는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 원장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 원장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사람을 몰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수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나. 봉사 안했으면 성공 못 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