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얼마나 위험한가?
슈퍼 박테리아, 얼마나 위험한가?
  • 최준용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 승인 2018.03.30 13:27
  • 호수 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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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55]

2013년, 신종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인도에서 귀국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국내 13개 병원, 63명의 환자가 신종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항생제에 듣지 않는 박테리아가 출현해 전 국민적으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며 질타가 이어졌다. 

보건당국은 감염자에 격리 조치를 취하고 치료에 들어갔으며, 이후 신종 박테리아 감염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슈퍼 박테리아란 무엇일까? 슈퍼 박테리아란 의학적으로 ‘다제내성균’을 지칭하는 말로, 일반적인 항생제가 잘 듣지 않고 세 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를 의미한다. 

이런 박테리아가 등장한 데에는 항생제의 오남용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강도 높은 항생제를 개발하자, 박테리아는 돌연변이 기전을 통해 항생제에도 죽지 않으려 생존력을 높여간다. 결국 강도 높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이러한 약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슈퍼 박테리아가 몸에 있다 해도 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세균이 폐렴이나 패혈증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면 그때 치료하면 된다. 
슈퍼 박테리아는 돌연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병독성이 약해진다. 때문에 면역력이 좋은 일반인의 몸속에서는 감염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결국 중환자실에 오래 입원해 있거나 항생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환자, 여러 질환을 앓고 있어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특히 몸의 일부를 절개해 몸에 기구들을 삽입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주로 감염을 일으킨다. 즉, 슈퍼 박테리아는 일반인에게 문제가 된다기보다 병원 감염 관리 차원에서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균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과 증가는 의료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슈퍼 박테리아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치료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력을 높여주거나 상처 부위를 도려내는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고 항생제를 사용해 슈퍼 박테리아를 치료한다.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는 처방된 항생제 용법, 용량에 맞춰 약을 복용해야 한다. 치료 기간에 환자 마음대로 항생제를 중단하거나 양을 낮추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 박테리아의 발생과 전파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는 일이다. 슈퍼 박테리아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감염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들, 각종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의 손 위생과 접촉 격리지침 준수가 강조되고 있다. 

슈퍼 박테리아라고 해서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만든 항생제 오남용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아 나가면 슈퍼 박테리아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 믿는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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