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현재 진행형 최선 다해야
생명은 현재 진행형 최선 다해야
  • 이미정
  • 승인 2008.03.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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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서울대 교수·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지금까지 노화현상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보편적으로 초래되는 비가역성의 변화로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기능적 저하를 동반하는 형태적 변화현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생물학적 노화개념은 고령사회에 대해서도 유사한 사고를 강요하고 있다.

 

 즉 노인이 많아지면 사회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서 암울한 미래가 다가 올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사고가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생물학적 연구 성과는 노화된 세포의 비가역적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되었던 증식 억제 기능이 회복 가능하다고 밝혀지면서 노화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실험실적 연구 뿐 아니라 인간의 노화종적관찰연구를 통해서도 분명해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연령증가에 따라 일률적으로 생리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차이가 현저하며 노력에 따라 많은 기능이 회복되는 예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화가 시간 종속적으로 결정되는 운명적인 현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수 있는 현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 수명장수가 아닌 기능적 장수라는 신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기능적 장수는 개개인의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 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래의 노화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에서 보면 노화에 대한 대응방법으로는 기능이 떨어지고 형태가 변화된 조직을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바꾸기 원칙에 따라 노화 대응 방법으로 유전자요법, 줄기세포요법, 조직 팻치 이용, 인공장기 또는 장기이식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들은 방법론적으로도 아직 온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에 사회시스템에서 연령에 의해 무조건 교체하는 정년제도가 정립된 것도 그 결과이다.

 

그러나 노화 현상을 회복이 가능한 능동적인 변화라는 시각으로 보게 되면, 노화와 고령사회에 대하여 종래의 바꾸기 원칙에 근거한 대처방안과 전혀 다른 개념의 새로운 대처방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노화현상이 생존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환경적 자극에 대한 능동적 반응적 적응현상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보면, 노화현상은 고칠 수 있는 대상으로 부각된다.

 

그러면 노화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바꾸기가 아닌 고치기 원칙을 제안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노화된 세포나 조직 또는 장기를 무조건 바꿔치는 것이 아니라 고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더욱 나아가서 이러한 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다가 오는 고령사회를 대비해 철학적 사회적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연령이 많다는 이유로 직장이나 사회에서 배제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무슨 근거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무엇을 할 수 없다고 또는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판단하는가 

 

그러한 사회적 강요는 오히려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려는 역행적 사고일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집단 살인행위이다. 지역사회나 국가는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이들에게 할 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마땅히 해야할 책무이다.

 

한편 나이가 든 사람들의 태도도 문제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물러나 이제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도 그만두어야 한다. 해야할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해내는 태도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살아있는 한,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따라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야 하고 마땅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장수하신 분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하는 적극적 생활태도를 보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세가 되어도 매일 산에 올라 나무하는 분, 바구니며 삼태기를 짜고 있는 분, 논에 나가 일 하는 분, 재산관리를 아직도 직접 하는 분, 자식대신 집안 살림을 다하는 분, 등등.

 

이러한 분들의 삶을 보면서 노화라는 생명현상이 가르쳐준 진리를 다시 되새겨 본다. 노화는 결코 돌이킬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배웠다. 따라서 늙었다는 이유로 바꾸어야만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생명의 진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이제는 노화에 대해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생체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뿐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잊지 말고 추진해 나가야 함은 생명의 가르침이다. 그 바탕에는 생명체에게 부여된 “생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로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엄숙한 명제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항상 지금 최선을 다하여 진지하게 노력해야만 생명이 유지될 수 있으며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건강한 장수라는 열매가 맺어 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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