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을 복지시설로 만들고 노인의 위상 높였다
경로당을 복지시설로 만들고 노인의 위상 높였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13 10:51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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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만 노인의 대표단체 ‘대한노인회가 걸어온 길’

1969년 창립… 전국 16개 연합회, 245개 지회, 6만5000개 경로당 조직

2011년 대한노인회 지원법 제정, 법정단체로… 노인복지사업 선도

좌도 우도 아닌 모든 노인의 목소리 대변… 100세시대 준비교육 앞장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동네마다 몇 개씩 있는 편의점보다 갑절 많은 경로당을 관리하고, 대구광역시 인구를 뛰어넘는 회원수를 보유한 단체. 대한노인회 이야기다. 2011년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법정 지원단체로 노인 복지의 첨병 역할을 해온 대한노인회가 내년에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지금이야 대한민국 노인을 대변하는 단체로 공고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간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노인회의 시작은 196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 노인정 회장들이 중심이 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전국노인단체연합회를 결성한다. 이어 같은 해 4월 15일 단체의 명칭을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로 개칭하고 초대회장에 이용한을 선출하면서 노인 권익 향상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듬해 4월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대한노인회는 1975년 사무국을 설치하는 동시에 문화공보부에 등록된 것을 취소하고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산하단체로 등록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해 정관을 개정, 사회단체로서의 면모를 갖춰간다.

◇조직을 다지고 노인 복지를 공론화하다 

1978년 6월 28일 공익 사단법인체가 된 대한노인회는 1981년 4월 29일 정관을 다시 개정, 조직을 정비 강화한 뒤 중앙회 체재로 개편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89년 기존 ‘노인정’(老人亭)에서 ‘경로당’(敬老堂)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1991년에는 아파트 건축 시 경로당 건립 의무화가 법으로 제정되는데 힘을 발휘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노인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자리잡는다.  

노인회는 설립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 노인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잔치를 열 정도로 노인들의 평균연령이 낮았다.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노인 문제도 하나둘 생겨났지만 성장에 중심을 둔 당시 정책 때문에 복지문제는 뒷전이었다. 이때 노인회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노인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섰다.

◇사업 강화하고 단체 역량 키우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각종 사업의 내실화를 통해 단체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한다. 먼저 노후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중앙회에 취업지원본부를 두고 전국 194개소에 취업지원센터를 개설해 민간 취업 알선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최근 3년 동안엔 매년 2만5000여명의 노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2006년 1월에는 안필준 대한노인회장의 주도로 노인의 복지증진과 권익향상을 위해 한국주택신문(현 노년시대사)과 공동으로 ‘노년시대신문’을 창간했다. 2014년 4월 ‘백세시대’로 제호를 변경해 올해로 창간 12주년을 맞고 있다. 백세시대는 전국 경로당에 보급함으로써 경로당을 활성화시켰으며 정부·지자체와 노인회, 각급 노인회 간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대한민국 노인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2006년 5월에는 경로당총괄관리본부(현 경로당중앙지원본부)를 신설해 경로당 활성화와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경로당의 기능을 지역의 노인 복지 및 정보센터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011년 9월부터 경로당 지원에 대한 운영 모형 및 지침서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2년부터 경로당광역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그 결과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이었던 경로당은 지역 특색에 맞는 각종 체육 프로그램과 문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노인 복지의 중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대한노인회는 2011년 3월 대한노인회법 제정과 함께 법정단체로서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100세시대를 위한 재도약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한 노인회는 2010년 이후 재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간다. 설립 이후 노인들의 복지와 권익 향상에 힘썼던 노인회는 한발 더 나아가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을 내걸고 변모한다.    

2011년 노인자원봉사운영본부를 만들어 전국을 무대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1362개 클럽, 회원 2만6000명이던 규모는 매년 성장해 지난해 3560개 클럽, 7만6000여명이 활동할 만큼 성장한다. 

건강한 노인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는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으로 발전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한 노년 생활의 기틀을 마련하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노인들에게 여가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노인 회원들이 화합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 2012년부터 개최 중인 노인건강대축제와 대통령기 전국 노인 게이트볼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5월에는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여는 길잡이’로서 노인지원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노인지원재단을 통해 5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재능과 경험을 나누는 재능나눔활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주·일본연합회, 베트남·브라질·아르헨티나·호주·태국·캐나다·독일·영국 등 해외 지회 설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해외 동포 노인 사회를 대한노인회의 중심으로 연결·통합하는 데 앞장서 왔다.

2014년 10월에는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노인의료나눔재단을 창립했다. 그동안 의료나눔재단을 통해 총 7760건의 무릎인공관절 수술이 시행돼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이 혜택을 받았다.

통일기금 모금에도 앞장섰다. 대한노인회는 통일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2015년 10월 통일과나눔재단에 8억2000여만원을 전달했으며, 이후에도 모금이 계속 이어져 총 기부액은 14억5400만원에 이른다. 

또한 기존에 없던 ‘노인지도자’라는 개념을 만들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달라진 노인상을 제시했다. 지난해 이중근 회장이 사재를 털어서 노인지도자 양성을 위해 문을 연 우정연수원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다. 

올해에도 대한노인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정연수원에 이어 시니어아카데미를 개설하여 노인지도자 교육 및 웰다잉 교육을 강화하고, 전국의 경로당을 통한 치매전수조사를 실시해 치매예방에 나서며 문재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실현의 선봉에 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각 지역 연합회장과 지회장이 바뀌어도 언론의 관심 밖이었으나 요즘은 신임 연합회장, 지회장 선출 소식을 빼놓지 않고 보도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선거 때마다 지역 유력 정치인들이 노인회를 찾아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노인 관련 포럼이나 토론회 등 주요 행사에 토론자로 초청돼 정책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든든한 정책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노인회가 걸어가야 할 길

숱한 성과를 올렸지만 노인회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평한다. 숙원사업인 노인복지청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노인회는 1000만 노인시대를 앞두고 업무의 효율적·통합적 추진을 위해 노인 복지 업무를 통합·관리할 ‘노인복지청’ 설립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2013년 7월에는 대한노인회가 국회의원 181명을 비롯해 131만6593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노인복지청 설립에 관한 청원’을 내기도 했다. 

현재 70대 이상 노인 세대와 달리 학력이 높은 베이비부머의 편입과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 역시 노인회에겐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진보를 기치로 내건 ‘민주평화노인회’가 생겨났는데 이는 ‘대한노인회는 보수적’이라는 오해를 부를 뿐이다. 

대한노인회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좌우가 아닌 ‘대한민국 모든 노인’을 대변하는 단체였다. 일부에서 이를 정치화하려는 의도를 잠재우고 유일무이한 노인 단체로 나아가는 것도 노인회가 짊어진 숙제다.   

김광홍 수석부회장 겸 충북연합회장은 “베이비부머의 대거 편입으로 인한 1000만 노인 시대가 오면 국가나 노인 사회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노인들이 어른다운 어른으로 인정받고 더 나아가 국가 발전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한노인회도 지금까지 한 것처럼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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