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세대의 대표자 국회·지방의회에 입성해야”
“노인세대의 대표자 국회·지방의회에 입성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13 10:53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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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앞두고 ‘노인대표 공천’ 목소리 높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최고령(75)으로 수원시의회에 입성한 조돈빈 의원은 4년간 성공적인 의회활동 이끌면서 고령의 나이에 정치 경험이 없어도 충분희 의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최고령(75)으로 수원시의회에 입성한 조돈빈 의원은 4년간 성공적인 의회활동 이끌면서 고령의 나이에 정치 경험이 없어도 충분희 의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이병해 서울시의원, 조돈빈 수원시의원 등 대한노인회 출신 맹활약

“여성‧장애인 배려하듯 노인대표 안배를”… 일부 정당, 공천 약속해 주목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4월 9일 제334회 경기 수원시의회 임시회가 열렸다. 해산을 앞두고 있고 일부 의원들이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확정해 다소 느슨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원시 한방난임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 다수의 안건을 두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34명의 시의원 중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비례대표로 입성한 조돈빈 시의원(자유한국당)이었다. 토론이 격하게 오갈 때마다 중재자로 나서는 등 의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엔진 역할을 했다.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조 의원의 올해 나이는 놀랍게도 전국 최고령인 79세. 조 의원은 “노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최연장자로서 의회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게 내 역할”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750만 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고령 후보자에 대한 공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홍문표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시 65세 이상 어르신을 우대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대한노인회는 고령화로 인한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들의 대표를 국회 및 지방의회에 안배해달라고 각 정당에 요청해왔다. 지난해 4월 26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대한노인회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도 ‘국회의원 직능별 비례대표에 대한노인회 대표를 포함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에게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노인들의 정치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몇몇 국회의원들이 노인들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반대하는 이유로 노화로 인한 판단력과 체력의 저하, 그리고 전문성 부족 등을 꼽는다.

이런 의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조돈빈 수원시의회 의원이다. 대한노인회 수원시팔달구지회장을 하다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추천으로 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입성했을 때 그의 나이는 75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2건 이상의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한참이나 어린 의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일축시키기 위해 매 안건마다 각종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안에 접근했고 그 결과 수원시의회를 상징하는 의원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지지부진했던 수원시 팔달구의 노인복지관 건립이다. 부지회장 시절을 거쳐 지회장을 맡았을 때까지 조 의원은 꾸준히 관내 한 곳도 없는 복지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매번 예산 문제에 걸려 무산됐다. 하지만 시의원이 된 후 의회에서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료 의원들 설득했고 결국 지난 3월 27일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조 의원은 “노인을 대표한다 해서 무작정 노인관련 정책만 밀어붙이지 않는다”면서 “과도한 건 덜어내고 소외된 부분은 늘려나가는 게 노인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운영부총장을 맡다 비례대표로 광역의회에 입성한 이병해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사례도 노인 대표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비례대표 승계로 시작이 2년 가까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로당활성화 방안 관련 조례를 비롯해 100여건이 넘는 조례안을 발의해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각종 간담회,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면서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노인 복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병해 시의원은 베이비부머와 80~90대 어르신을 예로 들면서 노인대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의원은 “노인 편입을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8090 어르신 세대와 달리 고졸, 대졸이 많고 생각하는 방식도 큰 차이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다 같은 ‘노인’으로 생각한다”면서 “비교적 젊은 노인과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생각을 고루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노인 대표뿐”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각 정당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성, 청소년, 장애인을 대변하는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듯이 1000만 노인 시대를 위해선 지금부터 노인 대표를 안배해 정책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군구의원 출신과 지방의회에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공무원 출신 각급회장들 역시 노인 대표의 지방의회 입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문우택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장은 “연합회나 지회 차원에서 각 지역에 맞는 노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해도 의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다”면서 “노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노인 관련 정책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 정당에 노인 의원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4대 구의원 출신인 임동식 서울 성동구지회장은 “젊은 지방의회 의원들은 흔히 예산만 편성해주면 노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은퇴 이후 최소 20년 가까이를 살아야 하는 노인을 위해선 정책상 설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노인 대표의 의회 입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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