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 갑질’ 논란… ‘실버택배’가 대안될 수 있어
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 갑질’ 논란… ‘실버택배’가 대안될 수 있어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4.13 11:05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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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가 이른바 ‘택배 갑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업체 차량의 진입을 막고, 기사가 카트로 현관 앞까지 물품을 배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고문을 게시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는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아파트가 애초에 ‘차 없는 단지’로 조성됐고, 최근 어린 아이가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치일 뻔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자, 비난을 떠나 상황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아파트 입구에 택배가 쌓인 모습과 공고문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알고 보니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4월 1일부터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시키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택배차량을 개조해 차고를 낮추거나, 단지 내에서는 카트로 물품을 배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택배기사들은 카트로 일일이 방문하면 고충이 크고 물량 소화가 안 된다고 맞서며, 아파트 정문 근처에 배달물품을 쌓아놓기 시작했다. 주민과 택배업체 간 갈등이 깊어지며 택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택배 대란이 다산신도시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비난 여론이 거세진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작성한 공고문 때문이다.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공고문에는 택배업체에 대한 주민 대응 요령이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 택배사가 정문으로 찾으러 오던지 놓고 간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 ‘주차 후 카트로 배달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고 대응하라고 안내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민들은 택배 업체가 해당 지역에 물품 배송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한 온라인 쇼핑몰은 4월 11일 다산신도시 아파트 단지 5곳을 배송불가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택배 대란의 궁극적인 원인이 아파트 설계·건축의 실패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는 조경과 안전을 이유로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도록 ‘공원화’하는 곳이 많다. 공원화된 아파트에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방문‧주민 차량은 지하로만 이동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다산신도시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 진입 높이가 일반 택배 차량보다 낮게 건설된 곳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고, 차량을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실버택배’다. 실버택배는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에 두고 간 택배를 65세 이상 배달원이 각 가정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일례로 2500세대가 살고 있는 한 아파트에서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월급을 주고 실버택배를 실시하고 있다. 비용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나가는데, 1000원씩 거둬도 250만원이 모인다. 실버택배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믿을 수 있는 이웃이 택배를 집 앞까지 전달해 주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다산신도시의 아파트는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택배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이웃이기도 한 택배업체 직원들과의 상생을 위해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실버택배를 이용해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면서 어린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간다면, 말뿐이 아닌 진짜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지닌 아파트로 칭송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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