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국민 의료비 줄여주는 문재인 케어… 비정상적인 의료 정상화시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국민 의료비 줄여주는 문재인 케어… 비정상적인 의료 정상화시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4.13 11:12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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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창간 12주년 기념 특별인터뷰

복지 확대는 소비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평생교육 통해 평생고용 이뤄야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할 때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노력…‘개혁가’가 나의 정체성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모든 국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다. 이렇게 호평을 받는 건강보험이 개혁을 통해 또 한 번 비약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실시다. 그동안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던 영역을 완전히 허물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실시해 국가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건강보험의 확대에 국민들은 매우 환영하면서도 일각에선 의료비 증가를 건보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백세시대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라고 일컬어지는 김용익(65)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만나 강화되는 건강보장과 노인 의료복지의 방향에 대해 들었다. 김용익 이사장은 “건강보험이 어르신들을 더 적극적으로 보살펴야 했는데 그동안 못한 점, 빈 부분이 많았다”면서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빈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사장 취임 때(2018년 1월 2일) 구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성공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건보 재정이나 건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게으르지도 않겠다.”

-건보공단이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다고 하던데.

“직원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되고 있다. 1988, 89년에 전국민의료보험을 시작하면서 들어온 분들이 퇴직하고 새로운 직원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 금년 봄에만 500명의 신규 직원을 모집 중이다. 내적 개혁을 통해 공단이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이 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문재인 케어를 쉽게 설명해 달라.

“문재인 케어를 요약하면,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것이다. 비급여(건보 적용이 안돼 전액 환자 부담)를 전면 급여화하고 수가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다. 치매의 경우 노인의 본인부담률은 10%로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또 하나는 고액 의료비 지출에 대해 본인부담 상한선을 두어 가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문재인 케어는 비정상적인 의료를 정상화는 정책’이라고 밝혔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 

“그간 MRI‧초음파 등의 검사는 의료수가가 높고 재활치료 등은 수가가 낮았다. 그렇다보니 의료기관에선 이익이 많이 남는 분야는 과잉진료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소진료가 이뤄졌다. 문재인 케어는 수가가 낮은 건 올리고 높은 건 내려 조정한다. 앞으로는 수가에 맞춘 의료를 하는 대신 환자의 질병에 맞춘 의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왜곡된 의료를 바로잡는 획기적인 조치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건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보장성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30조원이 들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그동안 쌓아둔 누적준비금 20조원 중 약 10조원을 사용해 재원을 조달할 것이다. 비용이 더 들 것이란 말도 있지만 현재로는 재원의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긴 어렵다. 의료비 수가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수가는 정부와 의료계, 가입자 단체가 협의해서 결정한다. 예측보다 높게 설정될 수도 있고 낮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자꾸 어떻게 될 것이냐고 따지는 것은 짜장면 집이 개업도 하기 전에 짜장면 값 얼마나 올릴 것이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본다.”

-건보료 인상률이 높아지진 않는지.

“앞으로 5년간 인상률은 과거보다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올들어 치매 관련 건보급여가 실제로 증가하는지.

“그렇다. 지난 1월부터 치매 의심환자(경도인지장애)에 대한 MRI검사에 건보적용이 시작됐다. 전에는 치매 의심단계에서는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소득 중심 지역건보료 개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건보료 부과체계는 건강보험의 주춧돌에 비유할 수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문제와 개편이 가입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신중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개편안은 현재 상태에서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보험료 격차가 해소돼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다.”

-복지에 대한 원칙 또는 철학이 있다면.

“복지는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흔히 복지는 부자에게 제공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치매는 모든 계층에 다 생기는 문제고, 보육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건강이나 보육 등은 보편적인 혜택을 국민에게 줘야 사회가 안정된다. 또 하나는 복지가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다. 복지를 강화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데, 사실은 복지를 늘리면 구매력이 높아져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그 돈으로 쌀을 사든 옷을 사든 소비를 위해 쓰게 된다. 현물이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촉진되고 생산이 늘어난다.”

-복지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까.

“현재 일자리 창출에 가장 잠재력이 큰 것이 복지다. 노인요양보험 실시로 전에 없던 요양보호사가 많이 생겨나지 않았나. 복지를 확대하면 보육이나 가정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일자리 창출방식의 복지는 국제적으로도 권유하고 있다.”

-의사, 교수, 청와대수석, 국회의원 등을 거쳤다. 어떤 것이 정체성에 가장 가까운지.

“여러 직책에 있었지만 사람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혁가’로서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교수 재직 때도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 건강보험 통합과 건보공단 설립, 의약분업에 관여했다.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가서나,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었기에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본다.”

-만65세로 노인연령에 진입했다. 나이듦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이에 적응을 해야 된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젊음을 아쉬워한다든지 젊어지려고 애써 노력은 안한다. 머리 염색도 한 번 안 했다. 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들이 뭔가를 자주 잊고 하던 일만 계속하는 것도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노인들이 젊은이처럼 하려고 하면 버틸 수가 없다.”

-활동적인 노인이 많은데.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이란 말이 있다. 에이징(나이듦)을 받아들이되 최대한 활동적으로 살라는 뜻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려고 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을 넘으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노인들이 오래 일을 하게 하려면 노인의 능력에 맞게 유연한 방식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 1주일에 사흘을 일한다든지, 또는 하루 중 반나절만 일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일하는 노인들도 많아졌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시대에는 평생고용이 중요하다. 노인들에게 평생건강을 지켜주고, 평생학습을 통해 생산성과 지적능력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건강한 노인이 학습을 해서 75세까지도 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고령화대책이고 노인대책이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어르신들이 실천할만한 것이 있다면.

“꾸준한 운동과 금연‧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운동도 몸 상태에 따라 운동처방을 받고 과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마라톤을 하다 무릎관절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

-공단이 진행하는 경로당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신체기능 향상과 건강유지를 위해 공단은 2005년부터 매년 전국 4300여개 경로당에서 ‘건강백세운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자격을 가진 운동강사가 요가, 치매예방체조 등을 강습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운영하려고 한다.”    


김용익 이사장은…

▷충남 논산 ▷서울고 ▷서울대 의대 학사, 보건학 석사, 예방의학 박사 ▷영국 리즈대 보건정책학 석사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 ▷김대중 정부 때 복지부 의약분업실행위원회 위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 ▷국회의장상 ▷황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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