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건강검진 받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이상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 승인 2018.04.13 11:13
  • 호수 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57]

병을 조기발견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해마다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두렵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건강검진이야 어쩔 수 없이 받는다지만, 국가검진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아예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에 비해 국가검진 수검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디 아픈 데도 없는데 무슨 건강검진이야’하며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질병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드는 만큼, 아프지 않을 때 미리 건강검진을 받아 숨어 있는 병의 존재를 파악해야 한다.

50대 후반 자영업자인 나대로 씨는 얼마 전부터 몸무게가 줄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얼굴이 까칠하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올 초에 비싼 돈 주고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며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무시했다. 몇 달 후, 나대로 씨는 배에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고 검사결과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어떻게 몇 달 후 암이 나타날 수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큰 문제가 있다. 건강검진을 마치 ‘건강면허증’ 쯤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과신하는 것이 큰 문제다. 체중 감소 같은 중요한 증세가 있는데도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무시하다가 큰 병을 놓친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났을 때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건강검진보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먼저다. 

개인적으로 시행하는 종합검진의 경우 국가검진보다는 검진 항목이 많다. 초음파나 CT 등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 암을 찾으려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자세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도 나대로 씨처럼 검진 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암이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접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선별검사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도 있지만, 선별검사로 예방이 어려운 질환도 있다. 앞서 나대로 씨에게 나타난 췌장암은 발견도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은 대표 질환이다.

간혹 어떤 환자들은 언론을 통해PET-CT가 모든 종류의 암을 잘 발견할 수 있다고 듣고 다른 검사는 아예 하지 않은 채 PET-CT 검사 하나만 하겠다고 우기기도 한다. 힘든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는 대신 비싼 PET-CT 검사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PET-CT는 암이 있는 환자의 경우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됐는지, 혹은 암 치료 후 암이 재발됐는지를 알아보는 데 효과적인 검사방법이며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과 같은 암 검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즉 내시경에서 발견하는 조기 위암이나 작은 대장 용종 등은 PET-CT로 미리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방광암과 같은 비뇨기계 암도 찾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종합건강검진은 암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이 가능하고 초기에 치료가 가능한 암을 선별검사로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조건 여러 가지 고가의 검사를 받기보다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과거 병력, 가족력 등을 고려해 개개인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잘 아는 단골의사를 주치의로 두어 주기적으로 상담 및 진찰을 받은 후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선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