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형식부터 지키자
토론 형식부터 지키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13 11:14
  • 호수 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개월간 재정비에 들어갔던 백분토론이 지난 4월 10일 돌아왔다. 복귀 방송부터 정치권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개헌’을 두고 열띤 설전을 벌이며 초반 시선 몰이에 성공했다. 아쉬운 부분은 많았지만 모처럼만에 보는 토론 덕분에 개헌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것이 토론의 매력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 분명하게 엇갈리는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자신은 어느 쪽을 지지할 지를 결정해주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신이 분명한 사람은 자신의 입장과 같은 토론자의 발언을 통해 새로운 근거를 알게 되기도 하고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던 사람 역시도 어느 편에 설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양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토론이 활발한 나라다. 국회를 비롯해 공공기관에선 거의 매일 토론회가 열리고 대학교뿐만 아니라 요새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현장에서도 토론은 일상처럼 진행된다. 직장인들이나 은퇴한 고령자들 역시 술자리 같은 사적 모임에서 설전을 펼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토론을 잘하고 있을까. 기자 특성상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 토론회를 자주 접한다. 대부분은 외형상 토론회의 구조를 갖췄다. 좌장(座長)을 내세워 토론회를 주재하고 토론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면 토론이 아닌 토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해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근거를 들며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을 뜻한다. 공통된 주제와 여러 사람이라는 점은 토의와 같지만 협동해 의견을 나누고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찬반으로 나눠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면서 자기의 주장이 옳음을 밝혀 나가는 형식이다. 

이를 위해선 토론회 주제부터 대립될 수 있게 설정해야 하는데 일부 토론회는 이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토론회는 토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취재차 참석했던 몇몇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자기주장만 이야기하다 끝내려 하자 이에 분개한 몇몇 참관자들이 ‘이게 토론이냐’라고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화를 냈던 상당수가 노인들이었다는 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토론의 목적은 하나다. 현재보다 나아지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토론이 활발한 나라다. 노인들도 토론을 잘한다. 다만, 형식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주최측은 술자리 토론보다 못한 토론회를 바로잡기 위해 충분히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