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중고등 교과서 수록… 대중과 더 가까이
디카시, 중고등 교과서 수록… 대중과 더 가까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13 14:01
  • 호수 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 고성군에서 시작된 디카시가 교과서에 수록되고 한시의 본고장인 중국에도 진출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본지 563호에 소개된 정지원 시인의 디카시 ‘홍매 서정’.
경남 고성군에서 시작된 디카시가 교과서에 수록되고 한시의 본고장인 중국에도 진출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본지 563호에 소개된 정지원 시인의 디카시 ‘홍매 서정’.

2004년 이상옥 시인이 창시… 시와 사진 결합해 SNS 세대에 인기

시 장르 부진 속 디카시 창작은 활발… 한시의 고장 중국에도 진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00년대 들어서 시(詩) 문학장르는 시집 판매가 급감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전후로 언어유희와 난해한 표현을 내세운 ‘미래파’라 불리는 시인들이 등장하면서 대중들과 멀어지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같은 시기 경남 고성군에서는 새로운 시 장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2004년 4월 당시 창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이상옥 시인(현 중국 정주경공업대 한국어과 교수)이 인터넷한국문학도서관의 개인서재 연재코너에 올려 세상에 첫 공개된 디카시 이야기다. 

디카시가 세상에 등장한 지 14년 만에 교과서에 실리고 한시의 본고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등 빠른 속도로 대중 속에 자리잡고 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로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특정한 활동 모습을 찍고 이에 관한 느낌을 5행 이내로 짧게 표현한 시를 말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문학 장르로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해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복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후 고성 지역 시인들과 고성문화원을 중심으로 디카시연구소를 발족한 데 이어 디카시 전문지인 ‘계간 디카시’를 발행하면서 전국의 시인뿐만 아니라 문학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또 2008년부터 매년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디카시작품상’을 제정해 디카시 확산에 나섰다. 

디카시는 한글과 닮았다. 언어 중 유일하게 창시자가 누군지 알 수 있는 한글처럼 디카시도 문학장르 중 유일하게 누가 시초인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글이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카시 역시 현재 주류 시인들의 작품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쉬운 언어로 담고 있다. 

또 디카시는 ‘SNS 전성시대’에 최적화된 문학장르로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짧은 소감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SNS를 이용하는데 이는 디카시의 창작방법과 유사하다.

본지를 비롯해 오마이뉴스, 경남일보 등 주요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연재하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디카시는 2016년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정식 문학 용어로 등재된 이후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병주하동문학제, 개천예술제(진주), 형평문학제(진주) 등에서 ‘디카시 백일장’이나 심포지엄을 주기적으로 열고 마산문학관과 국립중앙도서관, 전국문화원 등에서 ‘특별기획전’이나 ‘어르신동화동아리사업’, ‘낭송회’ 등을 개최하면서 전국적으로 활발히 창작되고 있다.

이런 디카시는 올해 또 한번 중요한 분수령을 맞았다. 2018년 개정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영향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다 애벌레를 시어로 끌어들여 봄과 생명의 소중함을 표현한 서동균 시인의 디카시 ‘봄’으로 미래엔출판사의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와 천재교육의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란히 실렸다.

김종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은 “스마트폰으로 찍고 쓰는 새로운 환경에서 디카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시와는 다른 미학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지니면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등 내로라하는 시문학상을 수상한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발간도 의미가 크다. 시 문단은 폐쇄성이 강해서 순수문학이 아닌 대중적으로 쓰인 시에 대해선 배척해왔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류시화나 원태연 시인 그리고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상욱 등의 작품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발간으로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찬호 시인은 “문자 언어에만 갇혀 있다가 영상언어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면서 디카시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더 나아가 디카시는 한시를 우리나라에 수출한 중국에도 진출하면서 세계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2016년부터 한·중 대학생 디카시교류전을 개최한데 이어 오는 4월 30일까지 중국 하남성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어 전공 중국 대학생 및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1회 중국 대학생 한글 디카시 공모전’을 연다. 이를 계기로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로 발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상옥 시인은 “기존 시가 문자로만 구성된 라디오드라마라면 디카시는 여기에 영상을 결합한 ‘영화’”라면서 “영상에 익숙한 사람과 문자에 익숙한 사람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학”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