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의 치매 원인과 치료 “한약과 침·향기치료 병행하면 치매에 효과”
한방에서의 치매 원인과 치료 “한약과 침·향기치료 병행하면 치매에 효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4.13 14:05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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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치매 치료는 한약, 침, 뜸 등의 원내치료와 음식, 운동 등 가정에서의 습관 개선 치료가 병행된다. 사진은 박주홍 소울한의원장이 진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한의학적 치매 치료는 한약, 침, 뜸 등의 원내치료와 음식, 운동 등 가정에서의 습관 개선 치료가 병행된다. 사진은 박주홍 소울한의원장이 진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한방에서도 뇌세포 퇴행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치료법이 달라

명상치료를 함께 쓰기도… 가정에서의 생활습관 바꾸기에도 역점

[백세시대=이영주기자]

#1. 병원에서 치매 중기를 진단받은 김희철(87‧가명) 어르신은 새벽에 일어나 혼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걱정이 많아진 가족들은 한의원을 찾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함께 온 경우라고 판단한 한의사는 어혈을 제거하는 환자맞춤형 약물치료를 위주로 다양한 한방 치료를 진행했다. 여기에 사상체질에 따른 음식, 생활습관, 운동법 등을 숙제로 내주었다. 3개월 후 김 어르신은 새벽에 나가는 증상이 없어졌으며, 앓고 있던 요실금 증상도 호전됐다. 

#2. 경남 김해에 사는 이인석(84‧가명) 어르신은 7년 전부터 기억력 저하 증세를 보였다. 몇 분 이내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밖에 나가면 혼자서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아들은 이 어르신과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단기기억장애와 방향감각저하에 잘 반응하는 한방약을 단계별로 처방하고, 머리 쪽의 경혈을 자극하는 침구치료와 향기치료를 실시했다. 1년 6개월 뒤 이 어르신은 길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치매는 동양의학의 옛 문헌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고 오래된 질환이다. 한의학에서 ‘치매(痴呆)’의 정의는 한자 풀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어리석다’는 의미의 ‘치(痴)’는 알지(知)자에 병부(疒)가 붙어 있어, 기억력‧사고력‧언어능력‧판단력 등의 지능과 지성이 병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매(呆)’자 역시 ‘어리석다’의 뜻이 있는데, 사람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상형문자(象形文字)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치매에서 ‘치’는 지능과 지성의 이상 증세를 말하며 ‘매’는 현대적 분류의 치매 말기에서 보이는 증상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한의학이 보는 치매 원인

박주홍 소올한의원장에 따르면, 한의학에서 치매가 생기는 원인은 기혈허약(氣血虛弱), 간신부족(肝腎不足), 비신휴허(脾腎虧虛), 정기부족(精氣不足), 기체혈어(氣滯血瘀), 담탁조규(痰濁阻竅), 열독치성(熱毒熾盛) 등 크게 7가지로 분류한다. 

기혈허약형은 뇌로 가는 에너지 등의 허약이 원인으로, 얼굴이 창백하고 식욕이 부진한 증상을 보인다. 간신부족형은 신체가 허약하고 오랜 병으로 인한 영양부족으로 간과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며 기억이 제 작용을 못한다. 

비신휴허형은 표정이 둔하고 행동이 느리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계산하기를 어려워하고 논리가 없으며,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말하기를 귀찮아한다. 정기부족형은 비신휴허형과 비슷하게 행동과 언어가 느리고 말이 맞지 않는다. 이와 함께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침묵하며 울다가 웃다가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기체혈어형은 어혈이나 혈전이 막힌 상태로, 혈관성 치매에 속한다. 반응이 느리고 쉽게 놀라며 잠자는 도중 자주 깨는 특징이 있다. 혹자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망상이 있으며 두통을 호소한다. 담탁조규형에서 담탁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조규는 뇌로 가는 혈관을 막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쁜 콜레스테롤에 의해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혔다고 해석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며 말이 없거나 혼잣말을 한다. 음식 생각이 없고 침이 많이 고이며 머리가 주머니로 감싼 것처럼 무거운 증상이 동반되는 치매다. 

마지막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난폭해지는 행동을 보이는 치매를 열독치성형 치매라 한다. 이 경우 약물, 침 등을 이용해 열을 내리고 독성성분을 배출시키는 치료를 진행한다.

◇한의학에서의 치매 치료

치료법은 치매의 유형과 임상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기혈허약형‧간신부족형‧비신휴허형‧정기부족형 치매의 경우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를 막아주는 특화된 치료를 진행하고, 기체혈어형‧담탁조규형‧열독치성형 치매는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과 같은 혈관성 장애 개선에 초점을 맞춰 치료한다. 

한의학적 치매 치료는 보통 한의원에서는 약물치료, 침구치료, 뇌질환 특수자극침치료, 왕뜸치료, 약침치료, 향기치료, 온열치료, 한방산소치료, 명상치료, 한방비훈치료 등이 있다. 

“환자 맞춤형 한약이 효과적”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환자맞춤형 약물치료다. 박주홍 원장이 2015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기억력감퇴 및 인지기능저하 환자가 3개월 정도 한약과 명상 치료를 진행한 결과, 건망증 또는 치매 측정도구에서 수치가 낮아졌다. 박 원장은 “치매 치료에 있어 한약과 명상치료를 결합한 건강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며 “한약은 2개월 이후 효과가 커지고, 한약과 함께 명상치료를 복합적으로 적용할 경우 치료 효과는 더욱 극대화됐다”고 밝혔다. 

원내치료와 더불어 가정치료가 병행된다. 가정치료는 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자가치유능력을 향상시킨다. 긍정적 마음 챙김, 음식, 습관, 운동, 취미활동 등의 처방이 이에 속한다. 습관 처방이란 긍정적 사고를 가질 수 있게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환자가 좋아하는 것을 묻고 그에 맞는 단어나 글귀를 찾아 반복적으로 익힐 수 있게 한다. 

박주홍 원장은 “어르신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던져버리고 ‘몸, 마음, 뇌 등 세 가지를 잘 챙겨 부여받은 천수만큼 살겠다’ 생각하며, 사람들과 유대를 갖고 즐기는 마음 자세로 살면 그 자체로 치매 예방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원장은 취미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미 활동을 하면 뇌세포가 성장하고 재생될 수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따로 즐기는 취미가 없다면 뇌를 단련하는 서예, 바둑, 장기 또는 손발을 움직이는 박수치기, 걷기 등의 운동이 좋다”고 전했다.

노인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박 원장은 “국내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 있을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부득이하게 홀로 사시는 경우라면 절대로 집에 혼자 계셔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혼자 사시더라도 친구, 지인들과 항상 대화하고 소통하고 왕래해야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매에 채소‧견과류 좋아”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은 없을까. 박 원장에 따르면 치매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과일, 채소, 정제하지 않은 곡물류, 견과류와 생선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중풍, 심장병,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고 치매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심장병, 중풍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치매 증상도 악화시킬 수 있는 붉은 색깔의 고기, 전유(whole milk,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와 전유로 만든 다른 유제품, 그리고 가공 및 포장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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