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폐지값 폭락… 수집 어르신 보호 대책 시급”
국회 토론회 “폐지값 폭락… 수집 어르신 보호 대책 시급”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4.20 10:35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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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생계 어려운 폐지노인 현물지원” 발표
최근 폐지값이 폭락하면서 폐지 수집 어르신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7일 원혜영‧김영진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폐지 수집 어르신 보호대책 마련’ 토론회 모습.
최근 폐지값이 폭락하면서 폐지 수집 어르신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7일 원혜영‧김영진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폐지 수집 어르신 보호대책 마련’ 토론회 모습.

시민 단체선 “현물 대신 협동조합 운영 등 정책 지원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폐지가격 급락으로 폐지 수집 어르신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현물 지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원혜영, 김영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폐지 수집 어르신 보호대책 마련’ 정책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폐기물 시장의 변동과 상관없이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받을 수 있는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단기적 방안과 사회적협동조합을 확대 운영하는 등의 장기적 방안이 제시됐다. 

원혜영‧김영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에 120~130원 수준이던 폐지가격은 현재 40~50원대로 떨어졌다. 어르신들이 100㎏을 수거해도 손에 쥐는 돈은 5000원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인 것이다. 폐지 수거 현장을 자주 찾는다는 박경태 나눔팩토리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해 “수집 어르신들이 굉장히 힘들어 한다”며 “폐지 1kg당 최고 150원까지 받았는데 현재는 40원, 심지어 20원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폐지가격의 하락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으로의 폐지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에서 소화해야 할 폐지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폐지(폐골판지, 폐인쇄용지, 폐신문지, 혼합폐지) 수출규모는 6만117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량(10만8106톤)에 비해 약 43%나 감소했다. 

◇지자체 대책 마련 고심

서울시는 지난 4월 10일 폐지 수집 어르신 돌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동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폐지 수집 어르신 중 위기 상황에 놓인 대상자를 선정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마트 등 민간기업과 연계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주택바우처사업으로 선정한 853명에 대해 월 5만~7만5000원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밖에 주택가 재활용 자원관리사 등 일자리 연계, 주 3회 이상 안전 확인, 심리상담 제공, 야광조끼 등 안전장비 지급, 교통안전 교육 실시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변경옥 서울시 복지정책팀장은 “지난해 9월 폐지 수집 어르신 24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통해, 폐지 수집 어르신에 대한 종합적인 돌봄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대책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서경보 수원시 노인정책과장에 따르면, 수원시는 623명의 폐지 수집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 등 생계 지원, 파랑새 재활용 사업단 운영, 방문간호사 무료진료, 미세먼지마스크와 방한복 등 안전장비 지급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 과장은 특히 “파랑새 재활용 사업을 통해 문화탐방과 안전교육 등이 실시되는 등 돌봄 기능도 있어 어르신에게 반응이 좋다”며 해당 사업의 확대 운영을 제언했다. 파랑새 재활용 사업은 사업단에서 폐지를 매입하고 폐지 수집 어르신께 수익금과 인건비를 보충 지원해 월 20만원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현재 80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물 지원보다 다른 대책 필요

사실 폐지가격의 급락은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기우진 폐지넷(폐지 수집노인 문제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라며 “중국산 폐기물 수입 금지 문제로 급격히 하락한 건 맞지만, 그 이전에도 50~60원 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폐지 수집 어르신의 생활 개선을 위해 고민해 온 이들은 긴급하게 재정적 지원을 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우진 대표는 “서울시와 수원시에서 폐지 수집 어르신 수를 집계해 발표했는데, 과연 그분들을 위해서 월 얼마씩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면서 대상자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기 대표는 “복지적으로만 풀지 말고 사회적경제나 폐지 수집 어르신을 위해 대학생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 등의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게 정책에서 지원해줄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모 목사도 현물 지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목사는 “개별 지원한다고 하면 현장에서 난리가 난다”며 “단지 돈을 얼마 준다는 것보다, 폐지 줍는 어르신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복무요원과 노노케어 일자리 등을 연계하면 해결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모 목사가 대표를 맡고 3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인 ‘실버자원협동조합’은 조합 차원에서 고물상을 상대로 폐휴지를 판매하고 있다. 개인이 거래할 때보다 단가를 높였고 지역 교회들과 연계해 폐지 수집을 원활히 돕고 있다. 

또 교통안전을 위한 형광조끼 등 안전복을 지급하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생계지원도 하고 있다. 원거리에 있는 고물상을 이용하는 노인을 돕기 위한 차량지원과 조합원의 휴식 공간을 위한 사무실도 개소했다. 이 목사는 토론회에서 이 같은 사회적협동조합의 전국적 확대를 제언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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