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관람료 올린 영화관들
동시에 관람료 올린 영화관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20 10:50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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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00원이다. 3대 대형 멀티플렉스(여러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복합상영관)의 영화 관람료 인상 이야기다. 

업계 1위 CGV가 올리자 며칠 간 눈치를 보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사실상 담합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새어나온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저번 인상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1000원을 올렸다. 500원이나 800원을 올려도 될텐데 각자 재무사정이 똑같은지 한치의 오차없이 1000원을 올렸다.

하필이면 어르신들에게 영화 정보를 쉽게 얻고 간편히 예매하는 법을 소개하는 기사를 준비 중인 와중에 들은 소식이어서 다소 허탈했다. 경로 우대를 받는 어르신들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말이다.

국내에 멀티플렉스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 기존 단관을 운영하던 극장들이 반발했다. 언젠가 멀티플렉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표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 장비와 식당, 커피숍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멀티플렉스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작은 극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2000년대 초반 6000원이던 영화관람료는 이번 인상으로 정확히 두 배인 12000원이 됐다. 보통 물가상승 때문에 화폐가치는 10년 주기로 절반가량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영화관람료는 그렇게 많이 상승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이 한국 영화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연극관람료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비교한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또 시점도 애매했다.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1000만 관객은 ‘따논 당상’이라 여겨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관람객들의 비난이 특히 거셌다. 올해 최저시급이 올랐고 각종 물가가 상승해 관람료 인상이 필요했다는 영화관의 주장도 이해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각각 똑같은 가격을 올린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500원도 아니고 700원도 아니고 일제히 1000원을 올렸다는 건 모종의 뒷얘기가 오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만하다. 

영화 감상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생활 중 하나다. 가장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도 영화관이고 방학 시즌 아이들로 붐비는 곳도 영화관이다. 이유는 하나다. 연극, 뮤지컬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민들과 밀접한 문화생활이다. 예전에는 할인 혜택도 많았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이번 인상을 유독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이윤만 추구해선 살아남기 힘든 사회다. 여유 있는 사람에게 더 받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덜 받는 수익구조에 대해서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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