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민들레 집
[디카시 산책]민들레 집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4.20 10:56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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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집

 

홀씨는 꿈을 이뤘다

 

내 집 마련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일이다

 

김지민

**

몇 줌의 흙에 의지한 채 한 생을 피우고 있는 저 꽃, 눈물겹다. 하필이면 저 삭막한 곳을 집이라 여기고 뿌리를 내렸을까. 애초부터 저 꽃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을까.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삶은 시작되었고 이번 생은 어떻게든 꽃을 피워 올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홀씨를 날려 다음 생을 이어갈 것이 아닌가. 꽃이 진다고 삶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생을 모두 바친 저토록 눈부시게 빛나는 처철한 아름다움이야 말로 이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낮은 곳의 기도 아닌가.

사람 사는 일도 저와 같아서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7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구입‧희망‧꿈마저 포기한 세대)로까지 확장되면서 요즈음 젊은이들의 절망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말들이 예사롭게 보아 넘겨지지가 않는다. 꿈을 가지라고, 희망을 가져보라는 말조차 건넬 수 없는 오늘의 현실 앞에 저 민들레집의 희망이 조금이나마 가 닿기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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