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지회 다솜노래사랑회 노인자원봉사클럽
인천 연수구지회 다솜노래사랑회 노인자원봉사클럽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4.20 11:32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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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동포어르신들 옛노래 불러주면 좋아해요”

인천 연수동에 사할린 교포들이 여생을 보내는 사할린동포복지회관이 있다. 대부분 80세 이상의 고령자로,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돼 온갖 고초를 겪고 고국이 그리워 찾아온 어르신들이다. 이들이 한 달에 한 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천 연수구지회 소속의 다솜노래사랑회 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다. 40~50명의 동포 어르신들은 클럽 회원들이 불러주는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 등 옛 노래를 들으며 아이처럼 좋아하고 행복해 한다(사진).

이 클럽은 2015년 창단됐다. 60대~80대 여성 어르신 15명으로 구성됐다. 레퍼토리는 가요, 민요, 창, 장구, 한국무용, 난타 등이다. 회원들은 20여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왔다. 요양기관을 찾아가 청소나 빨래, 어르신 목욕을 도와주는 이들을 보고 노인회 직원이 클럽 창단을 권유했다. 

클럽 회원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송도영락원, 햇살요양원 등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돼준다. 봉사 중 감동적인 순간도 있다. 어느 날 송도영락원의 한 치매 어르신이 자기가 음식을 만들던 시절을 떠올리며 직접 요리를 하고 싶어 했다. 

박송자 코치는 “영락원의 넓은 마당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밀가루 반죽을 해 어르신을 드렸더니 손수 부침개를 만들어 우리 봉사자들 입에 넣어주시며 무척이나 즐거워하셨다”며 “그날 우리들의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은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요양원에서 ‘작은 기적’도 체험했다고 한다. 목에 호스를 꽂고 침을 흘리며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이 노래를 직접 부르고 싶어 했다. 반주기에 노래번호를 입력하고 연주가 시작되자 어르신은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는 것이다. 이 클럽 회원 가운데는 정작 본인이 대장암에 걸렸으나 개의치 않고 눈 감기 직전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한 80대 어르신도 있다.  

조규태 인천 연수구지회장은 “우리 지회에 6개 자원봉사클럽이 있는데 이분들에게 ‘맡은 영역에서 노인들을 행복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며 “다솜노래사랑회는 노래공연 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도 발 벗고 나서는 천사같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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