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로 만든 서체의 매력
돌멩이로 만든 서체의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4.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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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신촌점 ‘돌로 지은 글자’ 전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 하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크기가 비슷한 조약돌을 모아 만든 동글동글한 서체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 하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크기가 비슷한 조약돌을 모아 만든 동글동글한 서체가 인상적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사진 속에는 짧지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특히 문구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서체 덕분이다. 손글씨도 붓글씨도, 요새 유행하는 캘리그라피도 아니다. 산이나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약돌을 옹기종기 모아 만든 ‘조약돌체’로 만든 문장이었다. 아기자기한 돌멩이로 꾸며놓은 좋은 글귀는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손글씨, 캘리그라피 등이 유행하면서 서체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저마다 개성 있는 ‘폰트’를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뽐내는 시대에 어울리는 전시가 젊음의 거리 서울 신촌에서 열린다. 화제의 전시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무인양품 신촌점에서 진행되는 ‘돌로 지은 글자’ 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종훈 작가가 고안해낸 ‘조약돌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4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약돌체는 디지털로 디자인 작업하던 이 작가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과정에서 탄생했다.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예쁜 돌을 하나 발견한 그는 이후에도 하나둘씩 돌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양이 제각각인 돌에 매력에 빠진 그는 어느 날 조약돌을 조합해 조카의 이름을 만들었다가 조약돌체를 창시하게 된다.

돌멩이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크기와 색깔이 제각각이다. 이 작가는 수많은 돌 중 디자이너의 안목을 발휘해 자음과 모음을 닮은 것들만 수집해 문장으로 만들었다. 글자 간 크기가 균등해야 하기 때문에 한 글자를 만드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글자가 완성되면 사진에 담아내고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수작업을 통해 탄생하지만 컴퓨터 서체처럼 글자간 크기와 통일성을 갖출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내용을 떠나서 시각적으로 따뜻함을 선사한다. 돌멩이가 가진 친근한 질감이 아름다운 글귀와 만나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 작가는 “돌을 계속 모아 300글자가 넘는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이 목표”라면서 “돌탑을 쌓듯이 긴 호흡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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