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이력
[디카시 산책]이력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4.27 18:34
  • 호수 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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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나무는 죽어서야 제 살아온 이력을 드러낸다

 

강기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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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이나 혹은 ‘많이 겪어서 얻게 된 슬기’이다. 하지만 이력의 뜻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이력이 있는데 하물며 수십 년, 수백 년을 사는 나무에게 이력이 없겠는가. 그리고 단순히 나무의 나이테를 이력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크기가 다르고 속에 품고 있는 것들이 다 다르고 나무 하나가 그간 겪어낸 수많은 사연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나이테 하나로만 온전히 다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은 어떠할까. 사람은 그 얼굴에 그 사람의 이력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온화한 표정 속에 또는 늘 굳어 있는 표정 속에는 그 사람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해주는 단서가 어느 정도는 들어 있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가질 틈조차 없는 청춘에게 이 봄날 너무 미안하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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