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분류는 유엔이 한 것 아니다
‘고령화사회’ 분류는 유엔이 한 것 아니다
  •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04.27 18:36
  • 호수 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인구 비율 14%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하는 방식

유엔이 공식 표명한 적 없어

일본과 한국에서만

별 이유 없이 사용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는 작년(2016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5년이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언론과 학계에서도 고령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정부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고령화를 이야기할 때면 으레 등장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 분류이다. 즉 65세 이상 인구가 7~14%미만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20%미만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는 분류인데 UN(유엔)에서 그렇게 분류했다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는 나름대로 노인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또는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분류지표로서 의미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회 분류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그렇게 분류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비율의 논리적 및 경험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는 유엔의 분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그렇게 분류한 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유엔 총회 및 소속 기관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정책, 회의자료 및 공식 발간물에서도 전혀 그런 분류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세계 학계에서도 그런 분류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사회 분류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나 학계에서 유엔에서 그렇게 분류했다고 하고 지난 20여년 이상 사용해 왔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분류를 확인 없이 그대로 유엔에서 분류했다고 믿고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지난 2013년부터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국제 NGO 대표로 매년 2월의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주관 사회개발회의와 7월의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 필요성 검토를 위한 공개실무그룹회의에 참여해 왔다. 필자가 참석한 유엔 회의에서 한 번도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와 같은 분류를 들어 본 적도 없고, 다른 유엔 회의 보고서에도 그런 분류를 사용한 것을 한 번도 본 적도 없다. 

그런 사회분류에 대해 필자가 확인한 유일한 근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발간한 1956년도 학술지(Population Studies) 제26권에 실린 개인 논문이다. 그 학술지에서 저자는 ‘개인적 의견’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4%미만 이면 청년인구, 4~7% 사이면 장년인구, 그리고 7% 이상이면 고령인구라고 분류했다. 이 논문은 유엔의 공식적 의견도 아니고 개인적 주장일 뿐이다.  

두 번째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의 논리성이다. 즉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의 분류 기준인 7%, 14%, 20%의 수치는 논리적이지 못하고 경험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노인인구 7%, 14%, 20%가 되면 각각 그때 사회에 갑자기 어떤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노인 인구 비율에 도달하여 국가사회가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논리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7의 배수로 증가해서 7%-14%-21%가 되어야 하는데 왜 7%-14%-20%인지? 왜 초고령사회는 7의 배수인 21%가 아닌 20%부터 시작하는지? 일본에서도 노인 인구 20% 이상을 초고령사회 시작 비율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21%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내각부)에서 발간하는 보고서(고령자백서)에도 이 같은 사회 분류 체계는 그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하였다.  

사실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 경향으로 세계 거의 모든 사회나 국가가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회는 “고령화사회”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노인 인구 비율이 일정한 정도는 되어야 고령화사회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면에서 노인 인구 비율 최소치를 7%로 정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유엔이나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 학계서는 노인 인구가 적어도 몇 % 이상이 되어야 고령화사회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고, 다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사회에 대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또는 ageing society)라는 용어 하나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노인인구 비율은 고령화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명칭 분류는 나름대로 의미는 있지만 유엔에서 분류했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하고, 노인인구 비율도 7%-14%-20%가 아니라 7%-14%-21%로 변경되어야 한다. 경험적 근거도 없고 비논리적인 분류를 마치 유엔의 공식적 분류인 것처럼 믿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엔에서 논리적 및 경험적 근거도 없이 그렇게 엉성하게 사회를 분류했을 리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