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 활성화 되려면 ‘결격조항’ 폐지해야”
“성년후견제 활성화 되려면 ‘결격조항’ 폐지해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4.30 09:23
  • 호수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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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 도입에 따른 결격조항의 개선 과제’ 국회 세미나서 지적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 대해 가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후견인을 통해 보호하는 제도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가정법원 전경.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 대해 가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후견인을 통해 보호하는 제도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가정법원 전경.

‘결격조항’으로 피후견인의 사회경제활동 제한 … 인권 침해 소지

“피후견인의 사회활동 능력 평가‧관리 시스템은 갖춰야” 주장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을 막는 ‘결격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나 부족한 사람이 후견인을 두고 법률 지원의 도움을 받는 제도로, 폐지된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제도를 보완해 새로 만든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중등도 이상의 치매가 있으면서 그 권리를 대변해 줄 가족이 없는 저소득층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공공후견제도 시행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후견제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신장애, 고령인구의 증가 등으로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것에 비해 제도의 이용률은 낮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에 ‘결격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결격조항이란 후견인이 필요한 피후견인을 결격사유로 열거하고 있는 각종 법령조항을 말한다. 즉, 피후견인은 선거권 행사, 공무원이 되는 자격, 각종 전문 자격사의 취득과 유지, 각종 사업의 인허가 취득, 공사 기관‧법인‧단체의 임직원으로서의 지위 등에 대해 법령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과장에 따르면, 약 290여 개의 법령에 결격조항이 존재한다.

결격조항 폐지는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지적돼왔으나, 실제 법률 정비는 미미한 상황이다.

“결격조항은 낡은 법제도”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월 6일 국회 세미나에서 “결격조항은 새로운 성년후견제도 도입 취지와 장애인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법제도”라며 결격조항의 폐지 또는 정비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장래 재활 훈련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회경제활동 참여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젊은 지적 발달장애인들은 지속적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결격조항의 적용을 받는 후견제도 이용을 피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에 근거해 후견인을 두고 있는 사람은 취업 등 사회경제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특히 “정신적 제약을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성년후견제도에 의한 피후견인이 된다”며 “후견개시의 실질적 요건인 사무처리 능력의 결여나 부족에 대한 판단기준은 본인의 재산관리나 신상에 관한 결정을 염두에 두고 판단되는 정신능력으로서, 개별 결격조항에서 전제하고 있는 자격이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정신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신능력의 저하는 그 원인에 따라 치료 등으로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후견선고는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나 결격조항에 의해 한번 박탈된 자격이나 그에 기초한 사회적 지위가 자동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격조항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만 강화할 뿐이고 아무런 소용도 없는 해악”이라며 결격조항의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도 결격조항은 심각한 차별이고 인권침해라며 결격조항 폐지에 동의했다. 은 관장에 따르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시행초기에는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관계없이 장애인은 무조건 후견인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겨 후견인을 데려 올 것을 요구하는 등의 차별행위가 발생해 인권위에 진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과장 역시 결격조항을 전면 폐지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박 과장은 “후견선고를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어떤 자격이나 직무에의 접근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그 동안 본인이 종사해 왔던 직무와 관련된 자격을 획일적으로 제한・박탈하는 결격조항을 유지하는 것은 성년후견제도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결격조항 없애려면 대안 만들어야”

김수정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결격조항이 반드시 필요한지, 결격조항을 두는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판사는 “결격 조항을 폐지하는 경우에는 개별 법규에 피후견인이 당해 산업, 직업 등에서 요구하는 자격이나 능력을 갖추었는지 또는 이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후견이 개시됐을 경우 후견인으로 하여금 관할 행정기관, 공공기관, 관련 위원회 등에 이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고, 시스템을 통해 피후견인의 상태, 직무 수행 계획 등을 검토해 관련 자격 등을 취득하거나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정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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