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못 맡는 증상, 침‧향기‧한약으로 치료
냄새 못 맡는 증상, 침‧향기‧한약으로 치료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4.30 09:31
  • 호수 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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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장애의 원인과 치료
냄새를 맡고 구분하는 후각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사진은 커피향을 맡고 있는 바리스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냄새를 맡고 구분하는 후각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사진은 커피향을 맡고 있는 바리스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환경오염, 인구 고령화로 환자 늘어… 치료 빠를수록 좋아

한약으로 원인질환 치료… 침‧향기 요법도 후각 회복 도와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주부 이모(36) 씨는 최근 감기에 걸린 후 다른 증상은 다 회복됐는데, 유독 냄새를 잘 맡지 못했다. 평소 축농증을 앓고 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이씨는 며칠 전 찌개가 다 탔는데도 냄새를 못 맡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이씨처럼 여러 원인으로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아예 맡지 못하는 ‘후각 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 최인화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클리닉 교수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화되고 인구의 고령화, 교통사고 등 상해 사고의 증가가 후각 장애 환자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후각 장애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단순히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힘들어진다. 후각 장애가 지속되면 음식의 풍미를 누릴 수 없게 되고, 음식에 대한 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거나, 음식 섭취의 부족으로 영양결핍 또는 체중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후각 장애의 또 다른 문제는 위험상황 인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한 음식, 연기, 가스 등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이 더디게 된다.

후각 장애는 비염, 축농증과 같은 코 질환, 오래된 감기, 뇌 손상으로 후각세포나 신경이 손상되는 것이 주원인이다. 후각세포는 재생능력을 가진 유일한 신경세포로, 빨리 발견하면 기능의 완전 회복도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후각의 완전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빠를수록 회복 가능성 높아

후각 장애는 후각인지검사, 후각기능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후각인지검사는 익숙한 여러 가지 냄새를 맞춰 보는 방법이고, 후각기능검사는 농도별로 나뉜 악취를 순차적으로 맡게 해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여러 검사를 통해 후각의 손상 정도가 판단되면, 이후 적절한 치료가 진행된다.

후각 장애는 원인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염과 축농증은 후각 장애의 원인 중 약 40%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만성화돼 점막의 염증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후각세포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후각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후각 장애 중에는 감기로 인한 것도 흔하다. 이 경우는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신경세포 손상이 주된 원인으로, 치료를 통해 손상된 후각세포의 재생과 후각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후각 장애는 교통사고나 낙상에 의해 머리를 다친 후 발생하는 경우로, 후각 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손상 정도가 심하면 자연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이외에도 정신적 충격, 노화나 치매, 당뇨병 등 내분비계 이상,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후각 장애가 올 수 있다. 

◇후각 장애의 한의학적 치료

한의학에서 후각은 심, 폐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심(心)은 인지기능을 의미하고, 폐(肺)는 인체 표면의 방어 기능을 의미한다. 최인화 교수는 “비염, 부비동염, 코의 물혹, 감기 등과 같은 명확한 원인질환이 있다면 한약 복약과 침치료, 향기치료 등을 통해 질환을 치료한다”면서 “이로써 비강 내 점막 기능을 강화해 후각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코에서 악취가 나는 후각이상의 경우 위축성 비염 등의 원인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증상에 따라 곽향, 석창포 등 약재를 가미한 한약을 사용해 증상을 다스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후각 장애의 경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심과 폐의 기능 회복을 도와주는 한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때 인삼양영탕, 도적산 등이 활용되고 약물로는 백복신, 원지, 산조인, 석창포 등이 더해진다. 

이 외에도 코 주위 침 치료를 통해 후각 기능 회복을 돕는다.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실제 코 주위 침 치료가 후각 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후각 재활을 위해 레몬, 정향, 식초 등 다양한 생활 속의 향기들을 활용해 후각을 자극해 주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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