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던지기 전에
돌을 던지기 전에
  • 정재수
  • 승인 2008.03.10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제일을 자부하는 거대기업그룹이 큰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해왔으며, 비자금을 관계 요로에 떡값으로 뿌렸다는 폭로 때문이다.

이 사실을 터뜨린 사람이 해당 기업그룹의 전직 임원이었기 때문에 특히 파장이 크다. 물론 아직도 진행형인 사건으로 특검수사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돌을 던지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사건의 진위나, 그 처벌 수위의 문제가 아니다. 사제단을 통해 발표된 내용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기업윤리, 도덕적 해이 현상에 경종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화살이 처음 의도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 것 같다. 이 일로 국위가 훼손되고 경제에 여파가 크게 미치는 것이 걱정이라는 얘기다.

사실 과거에 대기업, 재벌기업을 끌어가는 데 있어서 비자금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으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공명정대한 시스템 하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는 얘기다. 오죽했으면 한때 각 재벌기업의 분식회계를 자진신고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기회를 주었겠는가. 

우선 해당 기업그룹에게 먼저 스스로 밝히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이 관행이었거나, 기업운영에 있어서 불가피한 현실이었다 해도 미리 밝히고 정리했어야 했다. 그 정도는 돼야 세계 제일의 글로벌 기업 자격이 있다.

이 사실을 폭로한 변호사와 사제단에도 역시 안타까움은 있다. 사실을 밝힌 것을 반대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또 비리가 있다면 초일류 기업그룹, 국가적 공신기업이라도 용서되고 묵인되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마치 은행에 저장해 둔 예금을 꺼내 쓰듯이 기회가 될 때마다 꺼내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두 번으로 그칠 일을 사제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제기하고 있다. 정부 각료를 임명한 뒤에 떡값 운운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 정부의 무능을 그것으로 부각시킨다고 보는가. 비리폭로이든 내부자고발이든 전혀 엉뚱한 목표를 달성해 버린 셈이다.

불행한 것은 그로 인해 국민들이 피로현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다음에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고 내성을 보이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일을 벌인 당초의 본질적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민이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충격의 강도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