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택배는 노인복지 위한 일자리사업
실버택배는 노인복지 위한 일자리사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04 10:34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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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와 무관, 2007년 도입… 노인‧택배기사‧주민이 상생
실버택배는 다산신도시 사태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200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2000여명이 활동하는 가장 성공적인 시장형 노인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4단지에서 활동하는 실버택배 기사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실버택배는 다산신도시 사태로 만들어진 사업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200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2000여명이 활동하는 가장 성공적인 시장형 노인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4단지에서 활동하는 실버택배 기사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아

전국 88개 아파트단지서 2066명 활동… 복지부가 주무부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 “왜 실버택배 운영에 제 세금이 들어가야 하나요. 철회해주세요.” 최근 택배전쟁을 일으킨 다산신도시가 해결책으로 실버택배 도입을 제안하자 인터넷 여론이 부글거렸다. 결국 도입은 무산됐고 실버택배 취지에 대한 검토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 “할아버지, 이거 드시고 하세요.” 지난 4월 25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4단지에 거주하는 이현정(32) 씨는 실버택배 기사로 활동하는 김영원(76) 어르신에게 택배를 건네받고 작은 성의로 음료를 건넸다. 이 씨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매번 밝은 미소로 친절하게 택배를 전달해줘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요새 ‘실버택배’를 생각하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경기 남양주시 다신산도시 택배 배송을 두고 주민과 택배사가 마찰을 빚은 가운데 엉뚱하게도 불똥이 실버택배에 튄 것이다. 국토부의 섣부른 해법 제시로 인해 실버택배의 취지는 무시당한 채 세금 논란만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오해를 샀다. 더군다나 주무부처가 복지부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먼저 “실버 택배 사업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해 또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 

실버택배란 택배 배송 효율화 및 일자리 나눔을 위해 아파트 거주노인 또는 인근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택배사는 기존의 택배 방식으로 아파트입구(실버거점)까지 배송하고 아파트 내에서는 실버택배 기사가 손수레나 전기자동차를 활용해 주택까지 방문 배송한다. 

다산신도시 사태로 인해 “실버택배는 다산신도시의 택배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사업 아니냐”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다산신도시 택배 문제를 세금 지원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인식이 퍼져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실버택배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에서 담당하고 대한노인회 지회와 각 자치구의 시니어클럽, 노인인력개발센터 등이 운영하는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물류창고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택배 분류 및 배송을 하고 택배사로부터 건당 배송수수료(400~500원)를 받는 사업으로 노인 1인당 연 210만 원(월 14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씩(서울은 3대7) 나눠 지원한다.

또 실버택배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 아파트 주민들이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아니고, 아파트가 직접 신청하는 사업도 아니다. 실버택배는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복지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하면, 복지부가 이를 검토해 승인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처음 실버택배를 시작할 때 해당 일자리를 만든 사업단이 직접 택배사와 접촉해 일정 수수료를 받으면서 물량을 받기로 약속하고, 사업 대상지가 될 아파트와도 접촉해 양쪽 모두 동의해야만 설치할 수 있다. 주민 민원으로 시작된 다산신도시의 경우 실버택배 도입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현재 다산신도시는 여론을 의식한 듯 주민자치위 차원에서 인원을 선발해 문제 해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택배기사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구조도 아니다. 실버택배가 배달하는 건수만큼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줄지만 그만큼 다른 물량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을 입히지도 않고 상생하는 구조다.  

특히 다른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과 달리 참여하는 노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본다. 정부‧지자체에서 전액 예산을 지원하는 공익형과 달리 시장형 노인일자리는 장기적으로 지원 없이도 자생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노인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다. 송파시니어클럽이 만들어 고령친화기업으로 성장한 ‘핸디맨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형 노인일자리는 경쟁력면에서 떨어져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실버택배는 다르다. 앞서 말한 장점 때문에 참여 노인들이 하루 3~4시간 일하고도 월 50만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단은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일인 당 하루에 40~90건씩을 배송하고 건당 500원씩 받아 월 60만~1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실버택배 기사 이은호(80)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여가를 보내다 운동할 겸 오후시간 잠깐 활동하고도 다른 노인일자리와 달리 많은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로 인해 실버택배 사업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의 ‘실버 택배’ 기사는 지난해 1월 515명에서 같은 해 9월 2066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과도한 업무로 문제가 된 우체국 집배원의 과로 문제 해결에도 실버택배가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움츠러들지 말고 오히려 실버택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택배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주민들의 교통안정권 확보에 가정 적합한 모델이 실버택배”라면서 “해당 사업이 체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 택배 기업 등이 꾸준히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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