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준 대한노인회 부산 수영구지회장 “‘즐거운 경로당’ 만들기 8년… 미소와 봉사 넘치면 ‘텃세’ 없어져”
허성준 대한노인회 부산 수영구지회장 “‘즐거운 경로당’ 만들기 8년… 미소와 봉사 넘치면 ‘텃세’ 없어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5.04 10:44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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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초대 구의원 등 역임… “부산시의회서 노인대표로 일하고파”

빼앗긴 지회 회관 되찾아… 경로당 회장들에게 기부 정신 일깨워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그의 곁에는 항상 책과 태극기와 모금함이 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태극기를 달아주고, 불우이웃을 돕는다. 허성준(81) 부산 수영구지회장 얘기다. 수영구지회 84개 경로당은 그의 노력과 철학에 의해 ‘즐거운 경로당’으로 변모했다.   

지난 5월 초,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에 위치한 지회 회관에서 만나 8년여 지회장으로 봉사하며 느낀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의 집무실은 서재 겸 교육장이다. 책장에 수백권의 책이 가득 꽂혀 있었고 사각형 테이블 좌석마다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웬 책들이 이렇게 많은가.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평생 독서를 해왔다. 모두 자비로 산 것들이다. 오늘도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이란 책을 구입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외국인 수도사가 쓴 것으로 ‘수도원과 기업경영’이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과 20여개의 마이크가 교육장 분위기를 낸다.

“지회의 이사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해 회의를 주도할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교육장처럼 꾸몄다. 여기저기서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허성준 지회장은 2010년 수영구 망미정 경로당 회장으로 있을 당시 수영구지회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지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허 지회장은 “경쟁자와 한 표 차이의 힘겨운 선거였다”고 기억했다. 이후 2014년 6월 지회장 선거에 연임됐다.

-8년간 지회를 이끌어왔다. 그동안 가장 보람된 일이라면.

“‘우리 집’을 찾은 것이다. 처음 지회장으로 왔을 때 수영구지회는 노인복지회관의 1층에 ‘더부살이’를 했다. 화장실 포함해 겨우 17평 공간이었다. 원래 수영구지회는 노인의 힘으로 지은 회관을 갖고 있었다. 구청에서 회관을 헐고 그 자리에 복지회관을 짓는 바람에 졸지에 회관을 빼앗긴 셈이 됐다. 그래서 ‘우리 집 찾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청을 상대로 끈질기게 조른 결과 광안2동 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지회 전용 회관으로 확보하게 됐다.”

-수영구 노인들의 생활상을 소개해 달라.

“구 전체 인구 17만9000여명 중 노인은 3만3000여명이다. 그 중 회원은 3300여명이다. 경로당은 84개이다. 서울로 말하자면 강남 쯤 된다. 80대가 대부분인 노인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다.”

허성준 부산 수영구지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과 지회 직원들이 회관앞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황화모 사무국장.
허성준 부산 수영구지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과 지회 직원들이 회관앞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황화모 사무국장.

-지회 옥상에 깃발 세 개가 나부껴 인상적이다.

“태극기, 대한노인회기 그리고 수영구지회기이다. 태극기를 구입해 전 경로당에 달게 했다.  경로당 찾아가기 어렵다고 말들 하지만 여기선 태극기 단 건물만 찾으면 된다.”

-경로당 회장들이 줄지어 모금함에 봉투를 넣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경로당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이웃의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2011년 첫해에 570여만원이 걷혔다. 매년 액수가 늘어 올해 1월엔 1700여만원을 모았다. 지금까지 총 1357명에게 8000여만원의 성금과 성품을 전달했다.”

-경로당 회장들이 모금에 선선히 응했는지.

“물론 처음에 거부감이 강했다. ‘노인이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누굴 돕느냐’는 식의 말들을 했다. 노인이 노인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의 의식 변화 교육을 꾸준히 했다. 사람들은 모금함에 성금을 넣어본 경험이 적다. 그 순간의 희열감,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그 순간의 장면을 사진 찍어 보여주었더니 태도를 바꿔 이제는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명함 뒤편에 강사 자격증이 대여섯 개나 적혀 있다. 

“내·올리사랑(효) 강사, 노인교육지도 강사, 자원봉사 강사 등 교육을 많이 받았다. 안필준 전 중앙회장 생전에도 교육이란 교육엔 모두 참석했다.”

-내·올리 교육에선 무얼 가르치나.

“지난해엔 남천·망미·수영 등 8개 초등학교에서 총 57시간, 1400여명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건 ‘내가 누구인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걸 알아야 방향설정이 된다. 그래서 자기의 성명을 대라고 한다. 성(姓)은 혈통을 나타내는 표식이다. 자기 혈통을 찾는 것, 부모를 확인하는 게 내 자신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수영구지회는 다른 지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지회장의 정기적인 동 순방과 교육, 게스트하우스 운영, 추계 지도자 비교 견학, 함박꽃합창단 등 4개 음악클럽 운영 등이다. 

허 지회장은 “해수욕장이 가까워도 잘 가지 않는 노인들이 텐트 치고 모래찜질 하면서 휴식을 갖자는 취지에서 삼익비치경로당 2층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무료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즐거운 경로당’은 어떤 경로당인가.

“경로당은 즐거운 곳이어야지 스트레스 받아가선 안 된다. 행복지수는 즐거움이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회원들끼리 미소 띤 얼굴로 맞이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접 받기보다 대접을 하자고 강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텃세’가 없어진다.” 

-구청과 협조는 잘 되는지.

“노인회에 잘 해준다. 7년 전부터 5월에 자체적으로 개최하는걸 보고 2015년부터 구청에서 수영구어르신올림픽대회에 3000만원을 지원해준다.” 

허성준 수영구지회장은 마산상고를 나와 부산대 환경대학원 최고환경관리자과정을 수료했다. 수영구 초대 구의원, 망미신협 초대, 2대, 3대 이사장을 지냈다. 망미정 경로당 총무(4년), 회장(1년 미만)을 거쳐 수영구지회장 연임 중이다. 퇴임 2개월을 앞두고 있다.  

-구의원 시절을 회고하면.

“제가 구의원도 좀 별나게 했다. 정신계몽에 주력해 교육을 많이 했다. 강연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민을 불러 모은 후 저도 하고 외부 강사도 내세웠다.”

-망미신협을 창설한 배경은.

“신협의 정신이 참 좋다. ‘일인이 만인을, 만인이 일인을’. 처음에 ‘한 구좌, 1만원’ 회원을 모집하는데 그 돈도 떼일까봐 들지 않더라. 내 돈 내주고 회원 확보하면서 무보수로 12년을 봉사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구의원 시절 지역 순방하다 우연히 ‘멋진 땅’을 발견했다. 몇 사람이 채소를 심어먹고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에 지적도를 확인했다.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의 땅이었다. 그걸 구 재산으로 등재하고 거기다 경로당을 지었다. 그게 망미정 경로당이다. 구의원, 신협 이사장 다 끝내고 그곳에서 총무 일을 시작했다.”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주도세력이 아니고 보조세력이고 협조하는 세력이다. 왜 주도세력처럼 목소리를 높이는가. 50~60대 우리 아들·딸들이 이 사회를 이끄는 주도세력이다. 그들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보조해주면서 노인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6월에 열리는 부산시의회 의원선거에 노인을 대표하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로 등록신청을 해둔 상태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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