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매일 아내의 모습 화폭에 담은 현대 초상화의 거장
롯데뮤지엄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매일 아내의 모습 화폭에 담은 현대 초상화의 거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04 11:10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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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초상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미술세계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카츠 스타일이라 불리는 크롭-클르즈업 방식으로 제작된 회화 등 그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크롭-클로즈업 기법으로 그린 로라 시리즈(뒷쪽), 컷 아웃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의 모습.
‘현대 초상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미술세계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카츠 스타일이라 불리는 크롭-클르즈업 방식으로 제작된 회화 등 그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크롭-클로즈업 기법으로 그린 로라 시리즈(뒷쪽), 컷 아웃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의 모습.

특정 부분 잘라 강조하는 ‘크롭-클로즈업’ 방식의 독특한 초상 선봬

몸선 부각시킨 ‘모델과 댄서’, 의류 브랜드와 손잡은 CK 시리즈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의류 광고에서는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모델의 얼굴과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이는 구매로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을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모델의 아름다움도 함께 강조한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 전시실에는 이와 같은 수많은 ‘광고’가 걸려 있었다. 다만 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초상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91)의 손에서 탄생한 ‘카츠 스타일’의 작품들이다. 인체가 가진 특징을 ‘크롭-클로즈업’으로 강조한 카츠의 회화는 관람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에서는 카츠의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초상화, 풍경화를 비롯한 7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카츠는 1946년 쿠퍼 유니온 미술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954년 뉴욕의 로코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시인 프랑크 오하라를 비롯해 유명 화가와 문학가 등 문화계 인사들과 예술적 교감을 쌓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1960년대에는 색면 추상의 흐름이 뉴욕을 강타했다. 그리고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 아트가 미술계를 점령했다. 이런 중에도 카츠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나선다. 

그는 캔버스를 카메라 프레임처럼 생각했다. 배경과 인물을 분리하고 거리감과 장소를 제어하는 영화 기법으로 화면에 긴장감과 신비감을 불어넣었다. 신체 일부를 잘라낸 인물을 대형 화면에 배치하는 ‘크롭(crop)-클로즈업’ 방식을 이용한 대담한 구도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마치 만화처럼 느껴지는 그의 작품에서 팝아트의 흔적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초상화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인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섬세하고 복잡한 드로잉을 거쳐 특징만을 잡아냈고 이는 카츠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업 과정을 전면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맨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카츠는 보드지에 빠르게 스케치를 하고 유화 물감을 써서 순간에 포착되는 이미지와 색채를 완성한다. 드로잉을 통해 인물의 세부를 완성한 후 무엇을 지울지 남길지를 결정한다. 결국 카츠 스타일의 시작은 이 드로잉에서 비롯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모델과 댄서’ 시리즈도 눈여겨 봐야한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안무가 폴 테일러와 20여 년 동안 12개가 넘는 발레 공연을 기획했다. 1969년 제작된 ‘사적인 영역’에서 커튼으로 무대 중앙을 가리고, 가운데에 원형의 구멍을 만들어 무용수들의 모습을 그 틈으로 볼 수 있게 한 파격적인 무대를 고안하는 등 전통적인 무대에서 벗어나 배경이 적극적으로 무용에 개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카츠는 무대의 검은색 암막을 자신의 그림에 도입해 무용수들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댄서’ 시리즈를 탄생시킨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로라’를 그린 작품이 대표적이다. 움직임의 표현을 최소화하고 얼굴과 표정, 강한 목선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한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듯 검은 배경 속의 신체와 표정은 관람자를 압도한다. 화면의 비현실적 크기와 극명한 색면의 대비는 로라 개인이 아닌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는 카츠 특유의 초상화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선보인 ‘코카콜라’ 시리즈.
지난해 선보인 ‘코카콜라’ 시리즈.

또 다른 대표작 ‘CK’ 시리즈는 패션과 브랜드가 결합된 이미지를 구현한 작품이다. 패션은 그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가장 특별한 요소이자 작가가 그림에 현재성을 부여하는 핵심 장치다. 작가는 검은색 배경을 카메라 프레임처럼 사용해 모델의 포즈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빨간색 배경에 흰색 무용복을 입은 금발의 여인이 등장하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도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가 지난해부터 선보인 작품으로 ‘CK’ 시리즈와 달리 코카콜라 브랜드의 로고를 노출시키지 않는 대신 붉은 색과 흰색만으로 미국의 상징적 이미지를 부여한다. 

‘컷 아웃’(cut-out) 방식으로 탄생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카츠는 나무판을 모양에 따라 자르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붙여서 그림을 그리다가 1960년부터 나무판보다 견고한 알루미늄이나 철 등 금속판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 윤곽을 따라 잘라낸 평면 조각을 사람들이 컷 아웃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츠의 그림이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해 강조하는 식이었다면, 컷 아웃은 아예 강조된 부분이 그림 밖으로 튀어나온 느낌이다.

이 기법은 카츠의 뮤즈이자 아내 아다(90)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카츠는 매일 오후 아내 아다의 초상화를 그렸다. 처음 만난 후 60여년간 그린 아내의 초상화만 250여점에 달한다. 전시에서도 컷 작업 등으로 탄생한 초상화에는 젊고 이지적이면서도 고혹적인 한 여연이 자연스럽게 성숙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작품마다 아내에 대한 카츠의 남다른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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