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이윤수 KCTC 대표이사 부회장
[인물포커스] 이윤수 KCTC 대표이사 부회장
  • 정재수
  • 승인 2008.03.14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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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稀 넘긴 71세에 은퇴하고 72세에 재취업한 해운 전문가

이론·전문경영인 평가 받는 해운 인생… KCTC 주총서 부름
2010 미래비전 마련… 글로벌 리딩 컴퍼니 만들겠다 선포해
생체나이 73세, 정신적인 나이 50대, 마음 열고 “함께 놀자”  


이윤수 KCTC 부회장은 해운산업의 시작과 발전, 그리고 성장기의 전 과정을 주도한 주역 중의 주역이다.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대한해운공사를 시작으로 해운산업에 투신한 이후 고려해운, 소양해운, NYK LINE(코리아)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했고 지난 2006년 은퇴했다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고려해운의 관련회사인 KCTC 부회장으로 피임되며 재취업해 해운산업계와 노인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운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륜으로 KCTC의 세계경영과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인사회에서는 72세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하는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노년세대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윤수 KCTC 부회장을 만나 해운에 바친 인생과 재취업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해운산업은 연간 260억 달러에 달하는 운임수입을 올리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의 핵심부분이다. 조선, 항만 등의 연계산업을 주도하는 선도 산업으로 항만개발, 하역, 도선, 해운중개업, 부대사업 등 다양한 직종의 고용을 창출하는 고용창출산업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교역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데 비해 해운산업은 현재 세계 8위권에 이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다.

이윤수 부회장이 재취업한 KCTC는 역사가 35년(1973년 설립)인 항만물류업계의 모범기업으로 순조롭게 성장한 견실한 기업이다.

이 부회장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취업한 것은 최근 6년여 동안 매출이 연 3.54% 증가하는 데 그치는 정체 현상과 관련이 있다. KCTC 주총에서 2007년 당시 72세인 그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그의 오랜 해운업에 대한 경륜, 전문성, 글로벌한 경영수완 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 부회장은 CEO를 맡자마자 KCTC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비전 2010’을 선포했다. 앞으로 KCTC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포한 것이다.
방향이 확실해야 직원들이 회사 정책에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 직원에게 공감되게 중장기 계획을 세워 방향을 따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나라 해운산업을 세계 선진국으로 이끌어온 전문가로서의 경영 노하우로 업계 6위의 KCTC를 글로벌 리딩컴퍼니로 키워보겠다는 야심이자 리더십이다. 

미래는 흔히 남은 시간이 많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노년기에는 상대적으로 현실 안주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윤수 부회장은 72세의 고령에 재취업한 CEO로서 당면 현실이 아닌 미래 비전, 중장기계획을 세우게 했다. 경영일선에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 케이씨티씨 CEO 부회장을 맡자마자 현실보다는 2010 미래비전을 마련하셨는데.
“우리 회사는 건실한 회사입니다. 올해로 만 35년이 된 상장기업으로 부채비율이 73%에 불과할 만큼 재무구조도 우량합니다. 고려해운의 방계 회사로 특히 항만 물류업계의 모범 기업으로 착실히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수익이 점차 감소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부산 신항이 본격 가동하게 되면 컨테이너 터미널의 공급과잉이 초래돼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환경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보다 중장기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미래비전은 사업다각화, 신성장동력 개발, 해외사업 진출 등이 골자입니다. 이를 통해 매년 매출신장 15%, 영업이익률 5% 이상을 달성해서 2010년에 매출 2,300억원, 영업이익 115억여 원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텐데.
물론입니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지요. 첫째 노사관계의 협력적인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공존공영의 노사문화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기 위해 조직, 인재육성 등을 통해 글로벌화한 종합물류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것입니다. 셋째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고객만족경영 체제를 확립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서비스 질을 개선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네 번째로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국내외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해서 위기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 바로 이런 능력이 KCTC CEO부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인가요?
그랬다고 봐야겠습니다.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세계의 트렌드에 대해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갖췄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전략, 2010비전을 만든 것도 그래서입니다. 우리 회사는 물류업계에서 베스트 6에 속합니다. 앞으로 리딩 컴퍼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게 해운업계에 바친 내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 경륜과 노하우와 정렬을 바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해운산업 본산인 부산항에서 선적하고 있는 컨테이너. 케이씨티씨는 업계 6위다.

 

- 해외사업도 활발하게 확대할 것이라지요?
해외 여러 나라에서 현재 활발하게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인도 물류법인(KGL)을 지난해 설립했고, 베트남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또 항만개발과 배후 물류단지 개발을 위해 중국 연운항 북항부두와 배후물류단지 개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의  해외네트워크 구축사업계획에 따라 투자 협의체로 가입해서 해외진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회사인 고려종합국제운송이 월드와이드네트워크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어 이머징 마켓에서 필요하면 KCTC는 물류 거점을 마련해 2009년까지 종합물류 기업으로 국내 기반을 확립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은 아시아 역내를 타겟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이머징 마켓에 진출해서 이른바 글로벌로지스틱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로지스틱은 원래 전략과 전술을 병행하여 적당한 양을 적당한 때와 장소에 공급한다는 것으로, 시장 동향에 민감한 정보시스템과 물류시스템의 결합을 뜻한다. 따라서 글로벌 로지스틱기업이란 국제적으로 이런 수준에 이른 기업이 된다는 것.)

- 해운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창업주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십니다. 올해 나이가 73세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KCTC를 이끌기에 연세가 너무 많지 않으신지요?
전문적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무엇을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그래도 이론가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을 많이 보고, 이론과 경영현장을 많이 보고 했습니다. 경륜도 갖췄고요. 내가 맡은 이 분야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회사에 짐이 된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저를 CEO로 써줄 일이 없지요. 우리 임원들, 간부들에게 생체 나이는 73세이지만 정신적인 나이는 50세이니 같이 놀자고 합니다. 저는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 곁에 같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함께 놀자고 해도 이쪽에서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잘 안 됩니다. 농담도 하고 같이 어울리고 해야 함께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이렇게 새로운 정보라든지 모든 경영상의 업무 문제에 이르기까지 젊은 사람 못지않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0대 중역들과 간격이 있어서 곤란합니다.


- 기억력이나 아이템, 순발력 등 업무 면에서 불편함은 없으신지.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 IT분야에 대해서는 솔직히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맡겨놔야 합니다. 어떤 아이템은 따라가기도 하고 못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만, 경영은 작은 것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종합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디지털에 해박하고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데 그것과 경영, 리더십은 다른 것이지요. 그러나 젊은이들의 의사에 대해, 국제적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젊은이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터주어야 합니다. 이런 자세로 40년 이상 해운업에 종사한 경륜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영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 불모지라 할 해운업에 투신해서 세계 8위권으로 성장시켰는데.
저는 1960년에 한국해양대 항해과를 졸업했습니다. 국적선사라 할 수 있는 대한선주에 취직이 돼 해운업체에 몸담고, 1966년에 고려해운에 들어가 1985년 전무까지 승진했습니다. 이 시기는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태동하고 발전하고 성장한 시기로 제 청춘과 함께 합니다. 그 뒤 소양해운에서 다시 19년을 보내는 등 그야말로 평생 해운에 몸 바쳤습니다.


- 지난 시절을 돌아볼 때 뜻 깊게 생각되는 에피소드나 보람이 있다면?
제가 재취업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해운의 성장기와 도약기를 주도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당시 정부가 강력한 해운진흥정책을 추진해 우리 화물은 우리 선박으로 수송한다는 목표로 국적선의 선대확대에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1978년에는 특히 세계 정기선 항로에 국적선사의 컨테이너선 4개사를 선정하여 외국선사와 협조배선을 실시해 북미항로, 구주항로, 호주항로를 처음 개설했는데 저는 그때 고려해운에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제가 고려해운이 북미항로 컨테이너 정기선을 취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을 지금까지도 가장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나라 해운진흥정책 및 항만장기개발정책, 컨테이너 화물물류체계 합리화 등에도 깊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열심히 일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1985년 해운의 날에는 특히 동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아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그렇게 일생을 바친 해운업계에서 은퇴했을 때의 기분은?
정확히 말하면 2006년 9월 1일부터 완전 프리가 됐습니다. 61살에 보통 정년인데 나는 71살에 은퇴한 것입니다. 사실 너무 오래해서 젊은 사람에게 미안했습니다. 60이 피크라면 10년을 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은퇴가 섭섭하거나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가정을 위해서, 우리 집사람이 희생을 많이 했으니 잘해주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골프도 실컷 치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었지요.


- 정년을 70세로 높여야 하는 당위성이 발견됩니다. 금방 재취업했으니 말입니다. 고령화 사회 노인일자리와 관련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얼마 안 있어 초고령화 사회가 됩니다. 국가적으로 인력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 이것은 국가 장래와 관련해 아주 중요합니다. 산업사회로 오면서 우리도 모르게 초스피드로 고령화 사회가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많이 한 노인 인력이 필요합니다. 별로 늙지 않는데 나이를 가지고 제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 끝으로 오래 직장생활을 했는데 건강은 어떻게 챙기고 있는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한발 내지 반발 양보하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러면 해결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회사일 자체도 긍정적으로 하지요. 

인터뷰=박병로 기자 roparkk@hanmail.net


※이윤수 KCTC 대표이사 부회장은…

1936년 경남하동 출생, 한국 해양대 졸업
1968년 고려해운 동경사무소장
1985년 고려해운 전무이사
1988년 소양해운 사장
1991년 해운항만청 해운진흥심의회 위원
1997년 한국선박대리점협회 회장
2000년 사단법인 인간개발연구원 부회장
2002년 한국항해항만학회 회장
2004년 사단법인 한국해운물류학회 수석부회장, NYK LINE(KOREA)CO.LTD. 고문
2007년 주식회사 케이씨티씨(KCTC)대표이사 부회장(현)
그 외 1985년 제 9회 해운의 날 동탑산업훈장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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