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5.11 13:18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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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기사가 ‘종교개혁 00주년 기념’, ‘마르크스 탄생 00주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란 제목이 지난 한주 매스컴을 탔다. 카를 마르크스는 1818년 5월 5일, 독일에서 태어나 1883년 사망해 영국 런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러니까 어린이날이 그의 탄생 200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기자는 마르크스란 이름을 학창 시절 사회·윤리 시간에 잠깐 들었을 뿐 그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 ‘자본론’ ‘공산당 선언’ 같이 널리 알려진 책들도 접한 적이 없으며 ‘모든 나라의 프롤레타리아(노동자)여 단결하라’ 같은 유명한 그의 말에도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집필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자본주의의 병폐에 부닥칠 때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도 마르크스를 추모하는 행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조용한 가운데 사회주의자들에게 뚜렷한 발신음을 내며 치러졌다. 중국과 베트남 등 공산주의 노선을 유지하는 국가에선 기념 열기가 뜨거웠다. 
중국은 마르크스 동상을 만들어 독일에 선물했다. 독일은 마르크스의 고향 트리어시에 동상을 설치했다. 트리어시는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 주에 있으며 인구 12만명이 거주한다. 동상은 높이 5.5m, 무게 2.3t 규모로 거대하며 중국의 유명조각가 우웨이산이 제작했다. 레닌 동상은 허물어지고 있는데 반해 마르크스 동상은 새로 건립돼 대조가 된다.
마르크스를 형상화한 상품들도 선보였다. 마르크스 러버덕 인형이 그 중 하나. 백발 성성한 노란색 오리가 한쪽 날갯죽지엔 깃털 펜을, 다른 쪽에는 자본론이라고 쓰인 두툼한 책을 끼고 있다. 이 오리는 트리어시의 상점에서 팔린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특별판으로 개당 가격은 3800원이다. 

마르크스 관련 책도 잇달아 출판됐다. 파리10대학 교수가 쓴 ‘마르크스의 철학’(오월의봄),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살림), ‘마르크스 2020’(팬덤북스) 등 10여권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은 난해한 마르크스 사상을 에세이 형태로 풀어써 읽기 쉽다고 한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오늘날 누리는 명성은 그가 평등의 옹호자라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현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돈이 인간에게 휘두르는 폭력, 상품에 숨겨진 힘을 신랄하게 분석한 마르크스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업계는 자본주의에 대한 탁월한 성찰을 보여준 마르크스의 학문적 위상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마르크스는 다양한 학문에서 성과를 남겼다. 사적 유물론을 제시하는 한편, 고전경제학을 비판했고 이데올로기를 분석했다. 아울러 구체적 현실 분석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계급 투쟁 이론과 전술의 토대를 놓았다. 비록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공산주의가 승리한다는 그의 예측이 지금에 와서는 틀렸지만 현대 사상사를 연구하면서 마르크스를 지나칠 수는 없다. 

마르크스는 왜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까. 그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소외된 계급이나 계층이 기득권층에 대해 사회적 불만을 표출할 때 내세우는 사회과학적인 틀로 여전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나 사회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할 때도 살펴볼 수밖에 없는 ‘고전적인 참고서’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는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실업, 공황, 금융위기 등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경종으로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전망이다. 국민이 경악하고 분노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같은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과 그를 추모하는 행사는 해마다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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