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술병을 든 청년 vs 책을 든 신사
[기고]술병을 든 청년 vs 책을 든 신사
  • 이한영 상아제약주식회사 대표이사/교육학 박사
  • 승인 2018.05.11 13:22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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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상아제약주식회사 대표이사/교육학 박사

길을 잃어 어두컴컴한 산길을 홀로 헤맨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갈림길에서 낯선 두 사람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한 청년은 땀에 흠뻑 젖은 채 술병을 들고 한편으로 뛰어가고 다른 한 신사는 말끔한 차림새에 책을 들고 다른 한편으로 걸어간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책을 들고 가는 신사를 선택할 것이다. 

대상과 상황에 대한 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숙지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순간적 선택과 판단의 경우, 대부분 개개인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한 정보에 의지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행된 경험과 학습의 정보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여, 실체를 알아보기 전에 왜곡된 시각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이라 부른다. 

사실 앞서 말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은 인간의 생존 기술 중 하나에서 출발하였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을 얻고 결론을 내리는 귀납적 사고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모든 것을 입에 가져가 보고 만져보는 것도 이런 경험학습의 한 방법이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점차 자신의 경험과 학습에서 비롯된 대전제를 바탕으로 소전제를 판단하는 연역법적 사고를 하게 된다. 이제는 찍어 먹어 보지 않아도 판단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일반화의 오류로 성립된 대전제가 때론 잘못된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이다.

다음 달이면 제7회 전국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어떤 후보자를 뽑을 것인가 심사숙고해 판단할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았다. 이 시점에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우리지역 후보자들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선거는 당적, 학연, 지연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의 잣대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과 사람됨 그리고 후보자가 그간에 해왔던 정책과 공약실천능력 등을 말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한 선거공약이란 뜻으로 목표치의 기간, 공정, 재원을 밝힌 구체적 공약을 말한다. 당선되면, “○○을 만들겠다”, “○○복지에 힘쓰겠다”는 막연한 방향만 제시한 공약이 아니라,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고, 그 방법이 무엇이며,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담긴 공약을 말한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매니페스토(Manifesto)처럼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책임감 있는 공약으로, 선입견이나 편견이 아닌 정책과 능력에 의해 겨뤄지는 선거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 서두에 언급한 이야기는 선입견과 편견의 위험성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실화로, 술병을 들고 뛴 청년은 아버지의 심부름을 한 청년이었고 책을 든 말끔한 신사는 신분을 속이기 위해 방금 전 양복점과 서점을 턴 탈주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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