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발생하면 ‘진료기록’부터 확보해야
의료사고 발생하면 ‘진료기록’부터 확보해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5.11 13:30
  • 호수 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부과 시술 환자 20명, 패혈증 충격… 의료사고 대처법
일반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가 의료과실을 입증할 자료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의료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가 의료과실을 입증할 자료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의료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모습. 사진=연합뉴스

환자가 의료과실 입증해야… 병원 폐업해도 진료기록 발급 가능

병원측과 직접 대응하기 보다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활용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의료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5월 7일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마취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이 발열, 어지러움, 혈압 저하 등을 호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주사제 관리 및 적정 사용 여부 등에 관해 내사 중이며, 보건당국은 시술에 쓰인 주사제의 변질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1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일어난 대형 의료사고에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오염된 주사제를 투여받고 병원균에 감염돼 동시에 사망했던 사건이다. 

의료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서초구 소재 박연아이비인후과에서 감기 등의 증세로 항생제 근육주사를 맞은 143명 중 상당수 환자가 고름 형성, 통증, 부어오름 등의 이상반응을 겪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보건당국이 밝힌 감기주사 이상반응자는 41명이었으나, 5월 9일 서초구청에 따르면 현재 51명으로 늘어났다.  

끊이지 않는 의료사고에 병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회사원 김예리(30)씨는 “병원의 규모나 유명세에 상관없이 의료사고가 발생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대처법

그렇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의료사고를 입증할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먼저 진료기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의료진의 의료 행위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기록한 문서인 ‘진료기록(의무기록)’은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위조 또는 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료기록은 병원의 의무기록사본발급 또는 진료기록사본발급 창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진료기록은 의료기관이 폐업을 하더라도 발급이 가능하다. 정현석 변호사(법무법인 다우)는 “기본적으로 의료과실 여부는 진료기록을 가지고 입증할 수밖에 없어서, 피해자가 진료기록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의료기관이 폐업을 하더라도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을 직접 보관하거나 관할 보건소에 맡겨야 해서 환자는 자신의 진료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한 후 사건 경위를 기록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료사고와 관련된 의학 정보 습득 또한 필요하다. 의료진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 해도 이를 입증해야 하는 건 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 간의 분쟁은 병원측과 직접적으로 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을 통해 보상 등의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병원측과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면 의료중재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의료중재원은 2012년 출범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중재원에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과거 피신청인이 병원일 때 병원이 조정‧중재 참여에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지난 2016년 11월 30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으로 조정 개시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개정된 법은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등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에 피신청인이 조정 신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조정 개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중재원의 도움에도 의료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박연아이비인후과 사건의 경우에도 50여명의 환자가 이상 반응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연아이비인후과의 역학 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담당하고 있으나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만약 조사 결과에서 의료진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인 것이 밝혀지면 환자들은 의료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다.

◇환자보호 법안 강화

잇따른 의료사고로 환자의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제도 정비도 뒤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6일 환자안전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환자안전종합계획에는 현재의 환자안전본부를 ‘국가환자안전본부’로 확대‧개편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환자안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5년마다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의료법, 의료사고 피해구제 등과 관련된 법률안 개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3월 2일 의료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의료기관 휴‧폐업 시 선납된 진료비 반환 의무화 ▲의료사고 발생 혹은 진료계약 불이행 등 손해배상책임 보장을 위한 보험가입 의무화 등이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4월 4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을 요양급여비용에서 징수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