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 ‘자비에 루케지:THE UNSEEN’ 전… 엑스레이로 들여다 본 세계적인 명화의 비밀
한미사진미술관 ‘자비에 루케지:THE UNSEEN’ 전… 엑스레이로 들여다 본 세계적인 명화의 비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1 13:35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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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X-선 사진기를 통해 명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를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온 프랑스 작가 자비에 루케지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사진은 원래 작품은 연인을 안고 있는 자화상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귀스타브 쿠르베, 부상 당한 남자’.
이번 전시에서는 X-선 사진기를 통해 명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를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온 프랑스 작가 자비에 루케지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사진은 원래 작품은 연인을 안고 있는 자화상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귀스타브 쿠르베, 부상 당한 남자’.

X-선 사진기로 유명 박물관‧미술관 소장 작품 찍어 현대적 재해석

쿠르베 ‘부상 당한 남자’ 비춰보니 여인 안은 남자 실루엣 나타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895년 독일 과학자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을 이용해 물체의 내부를 찍는 엑스레이(X-ray). 병원뿐만 아니라 인공섬유나 플라스틱 개발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영역을 넓혀 미술 연구에도 응용되고 있다. 고흐의 작품들의 색이 조금씩 변하는 이유를 엑스레이 촬영으로 밝혀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보여주기 위해 엑스레이를 활용하는 작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는 낯익은 듯 낯선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 한번쯤 봤음직한 작품이지만 뭔가 새로웠다. 자비에 루카치의 X-선 사진기가 뽑아낸 새로운 매력은 관객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엑스레이를 활용한 독특한 사진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6월 2일까지 열리는 ‘자비에 루케지 : THE UNSEEN’ 전에서는 엑스레이로 명화를 재해석한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작가 자비에 루케지는 의학 진단용, 공업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X-선 사진기를 명화에 비춰 명화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탐색한다. 많은 작가들이 엑스레이 작업을 선보이고 있지만 본질적인 접근보다는 X선의 기술만 강조하고 있다. 반면 루케지는 세기의 명작을 엑스레이로 찍어 작품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루케지는 수년간 사진작업을 해오다 카메라 기기에 얽매여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과감히 기존 카메라와 결별을 선언한다.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위해서 이미지 표현의 방법을 완전히 바꿔 엑스레이를 통해 이미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케지는 이후 세계적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귀스타브 쿠르베, 에두아르 마네, 파블로 피카소 등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X선 촬영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X선 촬영으로 얻은 한 장의 사진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루케지는 이를 바탕으로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대표적으로 사실주의 작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부상 당한 남자’를 꼽을 수 있다. 가슴의 상흔을 입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실제 남자의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평온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원래 작품은 쿠르베가 사랑했던 여인을 품에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한번 그린 그림을 수정하지 않기로 유명한 쿠르베는 연인과 헤어지고 품에 안고 있던 연인 대신 가슴에 피를 흘리는 상처로 수정한 것이다. 

X선으로 복원된 ‘귀스타브 쿠르베, 부상 당한 남자’는 원본과 달리 기이한 느낌을 준다. 가슴에 상처는 그대로 남은 채 연인을 안고 있는 실루엣이 도드라지면서 원작과 달리 시련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6년 작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2016년 작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는 미술품 복원의 한계를 보여준다. 지난 1956년 볼리비아 출신 한 남성이 루브르박물관에 들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돌을 던져 액자 전면 유리를 깨뜨렸고 결국 작품 왼쪽 팔꿈치 부분이 손상됐다. 상처 덕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수많은 붓질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회복할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이후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복원에 나섰고 육안으로는 완벽하게 회복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루케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에는 손상된 부분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당 부분만 까맣게 출력돼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켜준다. 

반면 빈센트 반 고흐의 기법을 볼 수 있는 사진들도 함께 소개된다. 엑스레이를 통해 들여다본 ‘자화상’을 비롯 ‘탕기영감의 초상’. ‘이탈리아 여인’ 등의 작품은 점묘법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붓질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자화상’ 같은 경우 얼굴에 수많은 대못을 박은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수천 회에 달하는 붓질을 통해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 비해 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의 조각 작품을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는 것도 흥미롭다. 피카소는 회화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죽음의 신’, ‘학’, ‘책 읽는 여인’ 등의 조각품을 남겼다. 다만 원근법·명암법 등의 전통 기법을 거부하고 2차원적 평면성을 강조한 회화작품과 달리 일반 소품처럼 평범했다. 

하지만 루케지의 X-선 사진기로 들여다본 그의 조각들은 오히려 입체파 작가들의 회화처럼 기괴한 느낌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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